수술대에 오르기 전 금식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전 금식을 하는 이유는 전신마취를 유도하는 과정 중에 위에 남아있는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거나 심하면 기도를 폐쇄해 질식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금식은 이 같은 위험요인을 막기 위해 의료계에서 오랫동안 선택해 온 방법이다.
금식은 통상적으로 최소 8시간 이상을 음식과 물도 마시지 못하게 하는데, 수술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허기와 갈증까지 더해져 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는다.
최근 수술 후 조기회복(ERAS.Early Recovery After Surger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금식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유럽정맥경장영양학회(ESPEN), 국제수술대사영양학회(IASMEN), 유럽마취과학회(ESA) 등 많은 학회는 수술 전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는 것은 공복과 갈증을 줄이고 수술 후 인슐린 저항성을 감소시켜 회복을 돕기 때문에 수술 2시간 전까지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정규환 교수팀은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 섭취의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동안 성인 남녀 10명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보충음료 복용후 위 배출 평가를 시행했다. PET-CT를 이용해 탄수화물 보충음료 음용 직후부터 시작해 30분간 위 부분을 연속 촬영하고, 음용 후 2시간에 한번 더 촬영해 정량적인 방법을 통해 위 배출의 정도를 평가한 결과 99.6%가 배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수술 2시간 이전에 음용한다면 실제 폐흡인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다.
정 교수팀은 소아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실험결과에서도 공복감이 줄어들면 불안감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환 교수는 "수술 전 길어지는 금식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면 환자의 불편함도 덜고 수술 후 빠른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탄수화물 보충음료는 섭취 후 2시간이 지나면 위에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위한 마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앞으로 수술 전 탄수화물 보충음료를 섭취하는 것이 환자 대사 및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수술 후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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