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12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그룹의 조직개편 키워드인 '슬림화'가 중공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여기에 수익성 강화(내실경영)와 조직 내 경쟁조성 등 삼성중공업에게 적용되는 특수한 조직개편 방향이 더해졌다. 이는 최근 삼성중공업이 받은 경영진단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2일 삼성중공업은 하나로 통합돼 있던 영업팀을 사업부로 이관시켜서 각 부처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우선 조직 군살을 빼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고, 산하의 영업팀을 조선시추사업부, 해양생산사업부 등 조선 관련 양대 사업부로 이관했다. 같은 조선업계의 현대중공업은 최근 이와 정반대로 분산돼 있던 영업부를 하나로 합치는 조직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이런 조직변화는 각 사업부 별 영업경쟁을 활발하게 하라는 의미와 함께 삼성그룹 조직개편의 화두인 '내실경영'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영업에서부터 소통이 제대로 이뤄져야 설계 및 각 공정단계에서 부실이나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든다"며 "사업부 별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강조한 '신사업 개척'부문도 삼성중공업의 조직개편에 일부 적용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추가한다는 것 보다는 기존 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해 달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이 '내실경영'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사업부 산하 기본설계팀을 기술영업팀으로 재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예를 들어 선박이나 플랜트 영업을 할 때 설계팀도 같이 참여토록 함으로써 잦은 설계변경이나 나중에 발생할 클레임을 최소화하라는 취지다. 조선업계는 최근 선박가격 하락은 물론, 늘어나는 설계변경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골머리를 앓아왔다.
삼성중공업은 또 대형 프로젝트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설계와 EM(Engineering Management, 설계관리) 조직을 재편하고 통합 PM(프로젝트관리) 조직을 신설했다.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각각의 프로젝트를 회사 전체의 거시적인 안목에서 관리, 조정함으로써 해양플랜트 등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감독을 좀 더 엄격히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구조조정이라고 까지 하기엔 어렵지만 일부 조직들이 축소되는 변화도 있었다. 삼성그룹 전체 인사차원에서의 '슬림화'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업관리담당 임원(전무)자리가 없어졌고, 산하 부서들이 경영지원실 밑으로 흡수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업무효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일부 조직도 정비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 조직개편을 단행한 삼성엔지니어링도 삼성중공업과의 합병 무산 후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9본부 3실 조직을 9본부 2실로 축소시켰다. 기존 조직의 큰 틀은 유지하되 조직구조를 슬림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향의 조직개편이란 것이 회사측 설명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거제조선소와 서울 서초사옥에 나눠 근무하던 해양플랜트 분야 설계, 연구개발 인력도 앞서 지난달 14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판교 R&D센터에 입주함으로써 영업 효율성을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데 이번 조직개편의 방점이 찍혔다”며 이번 조직개편으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무산으로 다소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쇄신하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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