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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둘리는 생일을 맞아 기쁜 소식을 하나 더 듣게 됐다. 엄마인 브론토사우루스가 112년만에 이름을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브론토사우루스는 1억5000만년 전 지구에 살았던 초식공룡으로 몸길이 23m에 몸무게가 30t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879년 고생물학자 찰스 마쉬는 이 화석을 발견한 뒤 ‘천둥 도마뱀’이라는 뜻의 브론토사우루스를 이름으로 붙여줬다. 그런데 1903년 엘머 리그스란 공룡 전문가가 이의를 제기하며 논쟁이 시작됐다. 리그스는 브론토사우루스 화석 발견 2년 전인 1877년 발굴한 아파토사우루스 화석을 근거로 마쉬가 발견한 화석이 아파토사우루스라고 주장했다. 두 공룡 모두 긴 목과 꼬리, 작은 머리, 거대한 몸집을 지닌 네 발 초식공룡이라 얼핏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학계는 리그스 주장을 받아들였고 브론토사우루스는 발견 24년만에 아파토사우르스 속(屬)의 한 종(種)으로 편입됐다. 생물 분류에서 종은 속의 하위 단계다.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은 “거대 초식공룡 전체 화석이 온전히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몸집에 비해 작은 머리를 갖고 있어 유실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그는 “먼저 발견된 아파토사우르사가 우선권이 있어 브론토사우루스 이름이 없어졌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브론토사우루스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 1989년 미국 우정청이 브론토사우루스 이름을 단 우표를 발행하자마자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 “과학적 명명법보다 만화 명명법을 우선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할 정도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파토사우루스에 가려져있던 브론토사우루스는 지난 7일 영국과 포르투갈 공동 연구팀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연구팀은 전세계 18개 박물관에 산재한 화석과 이들의 특징들을 전수 조사해 브론토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가 별개 속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둘리 엄마가 무려 112년만에 자신의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연구진은 “과학이 성과를 거둔 전형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왕 둘리 얘기를 꺼낸 김에 한가지 더. 다름 아닌 또치의 정체성 논란이다. 둘리는 집 앞에서 만난 또치에게 “너 시조새 아냐?”라고 묻는다. 또치가 “난 타조야”라고 답하면서 그 문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학계에서 시조새는 지금도 뜨거운 논란거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2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진화론 증거로 제시된 시조새를 삭제해야 한다는 한 단체 청원이 받아들여지면서 이슈화하기도 했다. 시조새는 여전히 가장 오래된 새로 분류된다. 최근 가장 진화된 육식공룡과 시조새를 포함한 원시 조류들 사이에 공통점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시조새는 2족보행을 하고 깃털을 갖고 있으며 온혈 동물인 것으로 알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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