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소형 원자력발전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선발주자 한국에 무서운 추격자가 나타났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다.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중소형 원전 ‘스마트 원자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중국은 올해 자국에 중·소형 원전을 짓고 안전성 검사를 받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10년 뒤, 중국이 중소형 원전 시장에서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중국원자력공사(CNN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말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다목적 소형 원자로 ‘ACP100’ 설계의 안정성 검토(GRSR·Generic Reactor Safety Review)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GRSR는 인허가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원자로 설계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말한다. IAEA와 CNNC는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꾸려 ACP100 설계가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평가하게 된다. CNNC는 “오는 7월부터 안전성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완료까지 7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ACP100 안전성 검토는 중소형 원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중·소형 원전은 전기 출력이 100㎿(메가와트)~330㎿로, 기존에 짓던 대형 원전(1000㎿)의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발전 단가는 1㎾h당 6~10센트로 기존 원전보다 조금 비싸다. 규모의 경제로 따지면 경제성이 떨어지지만 건설비가 적게 들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국토가 넓고 인구가 분산돼 있어 송전망 구축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는 국가들이 선호하고 있다. 컨설팅 전문회사 내비건트는 2030년까지 100㎿급 중·소형 원자로가 해마다 10기 이상 건설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50년경 전세계적으로 500~1000기 중소형 원전이 건설될 것”이라며 “시장 규모만 350조 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15년 전부터 330㎿급인 ‘스마트 원자로’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설계를 완성한 뒤 안정성을 입증받았다. 세계 최초 성과였다.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중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먼저 올랐던 셈이다. 다만, 원전 수출은 실제 안정성이 확보돼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전을 짓고 전기를 생산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이 스마트원자로 개발 이후 3년간 건설 부지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는데 있다. 올초 사우디아라비아에 스마트 원자로 2기를 짓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중소형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숨통이 트인 게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 중국 추격은 무서울 정도다. 2012년부터 100㎿급 원전 ACP100 개발을 시작한 중국은 3년만인 지난해 예비 설계를 완료했다. 올해부터 건설 준비를 시작해 2017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ACP100을 중국 푸젠성 푸톈시에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한국은 물론 중소형 원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도 무척 빠른 행보다.
이처럼 빠른 개발이 가능한 이유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이미 개발이 완료된 한국 스마트원자로를 모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원전계 설명이다. 스마트원자로 개발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ACP100 내부 구조나 노형이 스마트원자로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해수담수화 기술도 갖고 있는 것은 중소형 원전에 대한 요구가 많은 중동 시장을 겨냥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스마트원자로 역시 해수담수화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ACP100 설계 승인이 완료되면 한국보다 먼저 중소형 원전 가동이 가능하다. 안전하게 작동한다면 중소형 원전 시장이 본격 열리는 10년 뒤, 중국이 우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부장은 “중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중소형 원전 시장에서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 그간 쌓아온 노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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