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씨 속에 대학가에서는 축제가, 회사나 동호회에서는 야유회와 워크숍, 가족과 친지들의 결혼식이 이어진다.
봄철을 맞아 각종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자리에 빠지지 않고 술자리가 이어진다. 늘어나는 술자리만큼 현대인들의 간은 혹사 당하고 있다. 간은‘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만큼, 처음에는 증세가 없다가 70%이상 간이 손상되고 나서야 비로소 고통을 호소하기 때문에 간질환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2만명이상이 간질환으로 사망하며, 그 원인으로 B형 간염이 50~70%, C형 간염이 10~15%를 차지한다. 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대표되는 간질환은 우리 사회와 가정을 이끄는 중추 세대로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40~50대 중년남성을 집중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간경변증을 보면, 2013년 진료를 받은 7만 6038명중 50.7%가 40~50대였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1.2~1.5kg)로 복부 오른쪽 윗부분에 있으며 갈비뼈로 둘러싸여 있다. 간은 육안으로 봤을때 매끈한 붉은 색이며 우엽과 좌엽으로 나뉜다. 우엽은 좌엽보다 2배정도 크다. 간은 산소가 풍부한 간동맥과 위와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가득한 간문맥에서 혈액을 공급받는다. 간은 대략 2500억개의 간세포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간세포에서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화학공정을 수행한다. 간 기능은 크게 5가지로 △외부에서 유입된 약물이나 해로운 물질 해독 △간에서 지방을 소화·흡수하고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담즙(쓸개즙)만들기 △위와 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를 간으로 운반해 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물질로 가공, 또한 음식물을 먹지 않았을 때도 온몸에 일정하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저장고 역할 △면역기능(간에는 쿠퍼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있어서 몸밖에서 들어오는 세균과 독소, 이물질을 잡아먹은 뒤 분해해 몸밖으로 내보냄) △단백질만들기(혈액내 단백질중 약 90%는 간에서 만들고, 특히 출혈을 발생했을 때 피를 멈추게하는 혈액응고 단백질과 알부민을 만드는 일을 함) 등을 수행한다.
간에 발생하는 주요 질환에는 지방간, 알코올성 간질환,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이 있다. 정상적인 간에는 간 무게의 5%쯤 지방이 존재하는데, 그 이상으로 지방이 침착되면 지방간이라고 한다. 이준혁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장은 “지방간은 과도한 음주, 복부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발생 원인이며 대부분 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을 받은 뒤 간수치(ALT, AST)이상이 발견되거나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지방간 판정을 받아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알코올 간질환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한다. 간염은 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독성물질 등에 의해 간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B형, C형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 가장 흔히 발생한다.
만성 B형 간염은 B형 간염보유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의해 감염되는데, 출산전후 산모를 통한 수직감염에서부터 성관계, 면도기 등을 함께 사용할때, 비위생적 피어싱, 오염된 혈액수혈로 감염될 수있다.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간염으로 성인의 약 3~4%가 감염된 상태로 이중 만성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된다. 만성 B형 간염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있고, 일단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매우 커진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쉽게 예방할 수있다. 어른, 어린이에 관계없이 총 3회 접종한다. 산모가 만성 B형 간염보유자일 경우 출산후 12시간 이내에 신생아에게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 주사와 함께 B형 간염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만성 C형간염은 혈액을 통한 간염이 가장 많다. C형 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고 이중 30~40%가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약 1%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된다. 전체 만성 간질환(간염, 간경변증, 간암)환자의 약 10~15%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간염은 병세가 악화되면 황달이 생길 수있고 복수, 토혈(吐血), 의식혼탁 등도 나타날 수있다.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C형 간염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검출하거나 혹은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있다. 현재 치료는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과 경구 약제인 리바비린의 병용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간경변증은 주요 위험인자가 만성B·C형 간염, 알코올 지방간 등이다. 간은 평소 두부처럼 부드럽지만 간경변을 일으키면 자갈밭처럼 변한다. 간경변증은 초기에 무증상이나 피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 등이 발생하지만, 후기에는 황달, 복수, 세균성 복막염, 간성혼수, 식도 및 위 정맥류 출혈, 하지부종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간경변증은 혈액검사, 복부초음파, 복부단층촬영검사(CT)로 진단할 수있다. 최종원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정상 간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복수, 정맥류, 간성혼수와 같은 합병증이 나타나는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 나타난 환자는 1년 생존율이 30~45%, 간성혼수가 나타난 환자는 약 40%로 보고되고 있다. 간경변증 환자의 2.5~3%에서 매년 간암이 발생하고 있다.
간암은 국내 사망률 2위를 차지하며, 특히 40~50대 암 사망률 1위에 올라있다. 간암은 흔한 증상이 오른쪽 윗배 통증, 덩어리 만져짐, 체중감소, 심한 피로감 등이다. 간암은 다른 암종과 달리 주로 영상검사와 혈액검사(종양표지자 검사)로 진단하고, 이것만으로 진단되지 않으면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1cm이상 크기의 간 결절이 CT 또는 MRI 영상검사에서 간암에 합당한 소견을 보이거나 1cm미만의 간 결절이 지속적으로 알파피토단백질이라는 종양표지자 상승을 보이며 CT 또는 MRI에서 간암 소견을 보일때 간암으로 진단할 수있다.
간암은 수술적 치료를 할 수있는 경우는 약 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고주파열 치료, 경동맥화학색전술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하게 된다. 고주파열치료는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얇은 바늘모양의 전극을 종양에 삽입한 다음 고주파 전기를 흘려 발생하는 고열을 이용해 종양(암)을 태우는 치료법이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은 간동맥을 통해(경동맥) 항암제를 주입(화학)하고 간동맥을 막으면(색전) 종양의 영양공급이 차단되고 동시에 항암제에 노출되어 종양이 괴사되는 방법이다. 간암의 수술적 치료는 흉터를 최소화해 빠른 회복을 돕는 복강경수술과 간의 재생력을 바탕으로 간을 이식하는 간이식술이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