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1년 간격을 두고 똑같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는 일을 겪었지만 대처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미국은 지난해 5월 2일 첫 환자가 발생한 데 이어 11일 두번째 환자가 발생했지만 더 이상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지난달 20일 첫 감염자 이후 한달도 못돼 확진자 154명, 사망자 19명이라는 사태를 맞았다. 미국은 메르스에 이어 지난해 9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까지 나왔지만 추가 방역에 성공하면서 41일만에 에볼라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길 수 있었던 여러 비결중 중 하나가 바로 로봇이다. 미국은 ‘자외선 살균 로봇(Ultraviolet sanitizing robotic device)’을 개발해 고질적인 ‘병원내 감염’과의 일전을 펼치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자외선 살균로봇은 혼자 응급실과 병실을 돌아다니며 태양빛의 2만5000배 달하는 UV(단파장 자외선)빛을 발사해 세균과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을 전멸시킨다. 메르스나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치명적 바이러스도 감염 위험 없이 5~10분이면 소독할 수있다. 로봇 개발사인 제넥스(XENEX) 관계자는 “자외선 살균로봇은 병원내 세균을 5분 안에 제거하고, 특히 표면에 묻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2분 안에 죽인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암전문병원 MD앤더슨은 “(이 로봇을 활용한 결과) 병실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세균이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이 로봇을 현지 병원에 급파해 메르스를 퇴치할 수 있었다. 현재 이 로봇은 미국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환자가 입원했던 텍사스장로병원을 비롯해 UCLA, 하버드대학병원 등 250개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마크 스티비치 제넥스 창업자는 “미국 내 사망원인 중 병원내 감염은 전체 4위로 매년 수백만명이 이 문제로 희생되고 있다”며 “위험한 바이러스와 세균 박멸을 위해 로봇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의 병원내 감염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국내 병원 바이러스나 세균 방역은 여전히 원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레벌D 복장과 N95 마스크를 쓴 직원이 뉴젠 소독약을 뿌리고 침상과 바닥, 그리고 환자가 접촉한 부문을 닦고, 락스로 청소하는 정도로 응급실 소독을 마무리한다. 병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메르스 바이러스가 병원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바이러스 노출 위험은 여전한 셈이다. 눈에 보이는 바닥과 침상을 닦을 뿐, 공중에 떠다니는 비말 속 바이러스 살균은 언감생심이다. 이 병원 원장은 “미국은 응급실이 공간이 넓고 격리가 가능해 살균로봇을 활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응급실을 24시간 가동해야 하고 하루 수많은 환자가 이동하기 때문에 로봇 활용이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 병원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자외선 위생로봇은 현재 한국 로봇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시에서 열린 세계 재난 로봇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우수한 로봇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로봇 연구에 대한 폭넓은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 보니 현재 국내에서는 바이러스 제거 관련 로봇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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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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