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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파편 충돌을 주제로 한 영화 ‘그래비티’ 의 한 장면 |
피해는 미국 쪽이 훨씬 컸다. 러시아의 코스모스 2251은 이미 1995년 수명이 끝나 궤도에 버려진 위성이었다. 비슷한 사건이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프랑스 소형 군사위성 ‘스리즈’는 1996년 7월, 발사 1년 만에 갑자기 자세가 틀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우주를 떠돌던 발사체 파편에 맞아 안테나가 부러진 게 원인이었다. 다행히 성능에는 큰 문제가 없어 지구를 촬영하는 임무는 수행해 낼 수 있었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지 반세기 만에 지구 궤도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우주쓰레기다. 우주쓰레기란 인간이 만든 인공물체 중 목적 없이 우주공간에 버려진 것을 의미한다. 운용이 끝나 작동하지 않는 인공위성이나 버려진 로켓, 고장난 인공위성, 인공위성끼리 충돌해 발생한 파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마치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처럼, 지구 상공을 뒤덮고 있는 쓰레기들도 인류의 또다른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이 상태로 쓰레기가 계속 늘어난다면 언젠가 인공위성을 띄우거나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것이 어려울지 모른다.
우주쓰레기 양이 도대체 얼마나 되길래 이런 걱정까지 하는 걸까.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현재 지구 상공에서 지구 중력에 의해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변을 떠다니는 우주쓰레기 개수는 약 50만개로 추정된다. 추적이 되지 않는 1㎝ 이하 작은 물체까지 합하면 3억 3000만개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쓰레기 무게 총합은 약 6300t. 이중 야구공보다 큰 크기(지름 10㎝ 이상)로 추적이 가능한 우주쓰레기가 2만 3000여개에 달한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IT융합기술팀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우주쓰레기의 양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크기 작은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다 큰 코 다칠 수 있다. 우주를 떠돌고 있는 1㎝ 크기 알루미늄 조각은 1.5t 무게 중형차가 시속 50㎞의 속도로 부딪치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갖고 있다. 수류탄 폭발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구 저궤도에서 떠다니는 우주쓰레기 속도는 초속 7~11㎞나 된다. 총알 속도의 7배에 달한다. 대부분 인공위성이나 로켓 부산물이기 때문에 충돌하기 전 갖고 있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 파편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갖게 된다. 심지어 로켓에서 벗겨진 작은 페인트 조각도 문제가 된다. NASA에 따르면 우주왕복선의 창문 상당수가 깨지는데 대부분 페인트 조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우주 진출이 늘어날수록 우주쓰레기 양도 계속 증가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15년 기준 약 3500개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 이 중 인간이 실제 사용하는 위성은 1100여개에 불과하다. 운용이 끝난 인공위성은 조금씩 고도가 낮아지다가 결국 지구로 추락하면서 불타 사라지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축구공 크기 위성인 미국의 ‘뱅가드1호’는 1958년 발사돼 이미 운용이 끝나 우주쓰레기로 분류되지만 향후 600년 정도 지구 궤도를 돌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7년 1월 중국이 수행한 인공위성 요격 실험도 우주쓰레기를 늘린 주범으로 꼽힌다. NASA는 중국 요격실험과 이리듐33호 폭발로 인해 발생한 우주쓰레기가 저궤도 전체 쓰레기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예상했다. 우주쓰레기의 약 70%는 고도 2000㎞ 이하 지구저궤도에 머물러 있는데 이 곳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파편이 2차 충돌을 낳고, 그 파편이 3, 4차 충돌까지 일으킬 수 있다. 우주쓰레기로 인한 충돌이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NASA는 “앞으로 매년 5개 이상 우주쓰레기를 제거해야만 우주환경 악화를 약화시킬 수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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