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먹을거리가 과일에 푹 빠졌다. 여름이면 제철 과일이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젠 과자, 음료뿐 아니라 주류에도 과일 투입이 늘고 있다. 과일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을 과자나 음료로까지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올 여름 식품업계에 과일 돌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가장 특징적인 곳이 바로 주류다. 과일맛을 첨가한 칵테일 소주(리큐르)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음주문화까지 뒤바꾸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 소주 인기를 등에 업고 순하고 달콤한 칵테일 소주가 소비자들 사랑을 받고 있다.
유자, 석류, 블루베리, 자몽, 복숭아 등 과일이 내는 새콤달콤한 맛은 여성 소비자와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평소 술이 약하던 이들도 과일맛 칵테일 소주는 부담없이 즐기면서 이 술이 이젠 회식자리 최고 단합용 술로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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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불을 지핀 건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이다. 출시 단 3일만에 160만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이트진로는 음식점·주점에 이어 가정용으로도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술 못지 않게 과일과 의외의 조합을 이룬 분야가 바로 과자다. 이달 중순 해태제과는 기존 ‘허니버터칩’ 자매품 ‘허니통통’에 사과 분말을 입힌 ‘허니통통 애플’을 전격 출시하며 과일맛 과자 시대를 열었다. 허니통통 감자스낵에 사과 원물을 가루 형태로 갈아넣어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과자와 과일이 과연 어울릴까 싶지만, 소비자 반응은 좋은 편이다. 해태제과는 이달 초 여대생 1000명을 상대로 허니통통 애플에 대한 맛 조사를 실시해 870명에게서 ‘우수’ 평가를 받았다. 해태제과 측은 “과일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맛이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계속 먹게 될 정도로 끌리는 맛도 있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는 바나나맛 스낵인 ‘바나나 먹은 감자칩’ 신제품을 출시했다. 국내산 아카시아 꿀과 바나나맛 양념가루를 더한 스낵이다. 이 스낵은 튀기기 전 오븐에 굽는 과정을 추가해 감자의 담백한 맛을 살리는 동시에 지방 함량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의 평균 지방 함량은 100g당 22%로 다른 감자칩 제품보다 30%가량 더 낮다.
스낵 모양이 나뭇잎처럼 길쭉하고 볼륨감이 있으며 스낵 표면에 기포처럼 동그란 모양이 퍼져 있다. 이로써 평평한 면의 스낵을 베어먹었을 때보다 감자칩의 바삭한 식감이 도드라진다. 롯데제과는 수입과일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바나나를 바탕으로 이번 제품을 기획했다. 향후 열대과일 등 다양한 과일맛을 혼합한 스낵 상품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롯데는 기존에 수입·판매해오던 감자칩 ‘레이즈’도 과일맛 신제품으로 내놨다. 레이즈에 바나나, 사과, 딸기맛 가루 봉지를 별첨해 소비자가 직접 뿌려먹을 수 있도록 했다. 롯데제과 측은 “빙과 제품을 중심으로 과일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과자에도 이를 적용한 것”이라며 “올해 초부터 6개월 간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농심 켈로그는 아침대용식으로 인기 있는 시리얼 제품을 새롭게 편성해 ‘스페셜K 고구마&바나나’를 선보였다. 고구마 분말이 뿌려진 달콤한 프레이크에 바나나 칩을 넣어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우유에도 과일향이 아닌 진짜 과일이 들어간다. 기존에 바나나 우유, 딸기 우유 등이 있었지만 아예 과일 원액을 넣어 만든 우유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근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내놓은 ‘수박우유’는 전북 고창수박을 원액 그대로 넣어 만들었다. 수박화채 맛이 오롯이 살아난다. 제품 포장도 수박 겉과 속을 각각 초록색과 붉은색으로 디자인해 상품 원재료를 잘 부각시켰다.
국내 소비자들의 과일 사랑은 외국 브랜드들도 알아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인기가 높은 과일음료 ‘스내플’이 한국에 출시된 것이다. 스내플은 ‘산뜻하다’는 의미를 지닌 ‘스내피(snappy)’와 ‘사과(apple)’를 합친 말이다. 하지만 투입되는 과일은 사과만이 아니다.
스내플은 차와 주스 등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차의 경우 복숭아, 녹차, 라즈베리, 레몬 등을 담고 있다. 주스는 딸기, 키위, 망고, 사과 등의 맛을 낸다. 한
[기획취재팀 = 서진우 기자(팀장) / 이새봄 기자 / 장영석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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