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린 끝에 자동차 가격을 전격 인하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가 샤오미와 화웨이에 연이어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자동차 업체까지 현지업체에 밀리는 형국이 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대표 기업들이 중국 업체들 공세를 버티지 못하는 이유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제조업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생산된 일부 차종 가격을 지난달 말부터 10% 가량 인하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에 가격을 인하한 차량은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해당하는 중형 싼타페와 소형 투싼(현지명 ix35) 2개 모델이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에서 29~31만위안대에 팔리고 있는 싼타페를 3만위안(560만원), 20만위안대의 ix35는 2만위안(380만원)씩 가격을 떨어뜨렸다. 가격 인하 폭으로는 약 10~11%에 달한다.
이번 가격 인하는 더 이상 가격을 고수하다가는 재고를 처분할 방법 조차 없게 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만해도 공장가동률 107%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2분기들어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18% 급감한 23만대로 줄어들면서 가동률이 88%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의 지난달 중국 공장 출고 실적도 5만4160대로 전년동기대비 32.4%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장 실적은 지난 6월 6만대로 떨어진데 이어 두달 연속 두자리수 감소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다른 해외 메이커들과 달리 가격 유지 전략을 구사했지만 3분기 들어서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격적인 가격 인하를 선택했다. 특히 이번에 가격을 내린 싼타페와 투산의 경우는 중국산 SUV 판매 급증 영향으로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5%와 22.4% 급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팔리던 현대차가 중국에서 갑자기 고전하는 까닭은 저가 차종을 앞세운 중국 현지업체들의 약진 때문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 자동차는 가격이 한국산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 자동차에 비해 30~40% 이상 저렴한 데다 최근들어 품질이 좋아지면서 중국인들의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토종 SUV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외국업체들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자동차 판매량 급감은 현대차 이외에 다른 해외업체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지난 1~7월 판매량이 이치폭스바겐은 전년동기비 13.7%, 둥펑닛산은 7.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 GM과 독일 폭스바겐 등은 이미 4월말부터 가격을 4~7%가량 인하했다.
[노원명 기자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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