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 유전자를 변화시켜 아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과학계에서는 불법 마약 제조가 가능하다는 비판과 함께 빈곤 국가에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는 찬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스탠퍼드대 합성생물학과 크리스티나 몰케 교수 연구진은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 효모에 여러 유전자를 넣어서 아편 성분으로 제조 가능한 강력한 진통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양귀비에서 추출하는 모르핀은 강력한 마취제나 진통제로 활용된다. 하지만 모르핀이 마약의 주성분이다 보니 생산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과정도 간단하지 안다. 양귀비에서 아편을 추출해 모르핀을 만드는데까지 일반적으로 1년 정도 걸린다.
연구진은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 효모에 여러 유전자를 넣어 양귀비와 비슷한 성분을 만들어냈다.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합성연구센터장은 “아편 합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효모에 도입해 아편 성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미 과거에 효모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든 사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모르핀이 존재하지 않는 양귀비 일종 식물인 브렉테아툼과 금영화, 황련, 양귀비 일부 유전자와 쥐, 박테리아 유전자 등을 효모에서 발현시켜 마약성 진통제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테바인’ ‘하이드로코돈’ 제조에 성공했다. 포도주와 맥주, 빵 등을 만들 때 사용하던 효모로 아편 성분 진통제를 만든 것이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효모를 활용한 마약 생산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네스 오여 미국 MIT 교수는 “유전자 변형 효모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기 위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우에 불과하다는 과학자들도 많다. 현재 연구진 방법으로 1통의 진통제를 만들려면 유전자 변형 효모 1만 6000ℓ가 필요하기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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