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세포를 7가지의 화학품이 첨가된 혼합용액에 담궜다 뺐더니 뉴런(신경세포)으로 둔갑했다?’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다. 논문이 발표된 뒤 재현이 되지 않아 ‘조작’ 의심을 받는 연구성과도 아니다. 중국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거치지 않고도 세포를 다른 세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실험실 수준의 연구 성과이긴 하지만 인간의 세포를 대상으로 성공한 만큼, 향후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중국 베이징대 생명과학과 홍퀴 덩 교수 연구진과 중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웨잉시앙 후 교수 연구진은 쥐와 사람의 피부세포를 화학물질 속에 넣었다 뺐더니 뇌에 있는 신경세포로 전환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쥐와 사람의 피부세포를 대상으로 한 두 편의 논문은 줄기세포 분야 국제 권위지로 꼽히는 ‘셀스템셀(CellStemCell)’ 최근호에 공동으로 게재됐다.
세포를 다른 세포로 바꾸는 기술 개발은 학계 큰 화두다. 과학자들은 세포를 줄기세포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원하는 세포로 분화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난자를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도 존재하는 만큼, 많은 세포에 유전자를 넣어 만드는 ‘역분화줄기세포’에 큰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기존의 세포가 갖고 있지 않은 유전자를 삽입하게 되면 암세포와 같이 예상할 수 없는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2013년, 덩 교수 연구진은 동물의 피부세포에 화합물을 주입, 줄기세포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유전자 주입 없이 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꾼 첫 사례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번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줄기세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인간 피부세포를 신경세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후 교수는 쥐의 세포를, 덩 교수는 인간의 세포를 각각 활용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화학물질은 발프로익산, 포스콜린 등 서로 다른 물질 7개를 각각 사용했다. 김정범 울산과기대(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화학물질이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자극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신경세포로 전환되게 만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환자 맞춤형 치료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덩 교수 연구진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 피부세포를 활용해 신경세포로 전환시키는 것도 성공했다. 이렇게 만든 신경세포를 알츠하이머 환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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