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된 손자를 둔 김봉채(가명·72)씨는 기저귀 선물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다가 헛걸음질만했다. 손자가 사용하는 기저귀브랜드가 일찌감치 떨어져 없었을 뿐더러 대체할 만한 기저귀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인기 기저귀 브랜드인데도 언제 입고될지 잘 모른다는 직원 설명을 듣고 다른 브랜드를 사려고 했다”며 “하지만 같은 개월 수의 기저귀마저 없어 헛수고를 했다”고 말했다.
저출산 여파로 국내 기저귀 시장이 빠르게 축소되는 가운데 대형마트에서 기저귀 판매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이 준 기저귀의 주문 발주량을 줄여 재고 감소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대형마트의 입장이어서 기저귀를 찾는 소비자들의 불편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월별 기저귀 매출 추이를 조사한 결과 전년대비 평균 25.3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6,7월은 각각 전년대비 35.8%, 33.4%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 2013년만해도 260만개가 팔렸던 기저귀는 2014년 224만개가 팔려 18.7% 감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저귀 판매량이 해마다 20%가량 줄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신생아 수가 줄다보니 기저귀 수요 역시 줄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정은 롯데마트나 홈플러스도 마찬가지.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저귀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21.5%로 뒷걸음질쳤다. 2010년 매출을 100%으로 봤을 때 2014년 매출은 80.2%까지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2013년과 2014년도 기저귀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12.6%, 25%로 역신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비단 기저귀 뿐 아니라 분유 판매량 역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기조 속 최근 소셜커머스나 홈쇼핑 등에서 기저귀를 적극 판매하고 있는 것도 대형마트의 기저귀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같은 제품을 소셜커머스 등에서 더 싸게 팔다보니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이들 채널로 이탈하고 있는 것.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마트의 기저귀 판매량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구매처 채널 변경에 따른 매출 감소의 측면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라인 투자 강화나 재고 감소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형마트들은 점포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판매량이 줄어든 기저귀 브랜드의 주문 발주를 하지 않거나 재고물량 조절에 힘쓰고 있는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점포 수가 계속 늘어났지만 기저귀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마트에서 기저귀를 찾는 수요가 그만큼 많이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아무래도 안 팔리는 상품은 재고를 줄이는 게 관건이어서 수시로 주문 발주량을 검토하고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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