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에 걸린 사람이 결핵 확진을 받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10년 전에는 보통 한달~한달반 이상이 소요됐다. 몸 혈액 안에 들어온 일부 균이 적어도 10~20만개로 증식된 후에야 진단 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2주면 된다. 혈액 샘플 안에 균이 100개 정도만 있어도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균 증폭 기술을 통해 적은 양으로도 유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몸에 얼마가 많은 양의 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있는지 정량적인 양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최근 메르스 진단도 정량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체외 진단 덕분이었다.
체외진단(IVD·In vitro Diagnostics) 시장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방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정보기술(IT) 등 발달하면서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체외진단이란 혈액이나 요(尿) 같이 인체에서 유래한 물질을 검사하는 시약, 소모품이나 분석기 등을 의미한다. 체외진단은 병에 걸렸을 때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더 나아가서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소 따르면 세계 제약시장 성장률은 5.3%인데 비해 체외진단 시장은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5년에는 540억 달러, 2016년에는 580억 달러, 2017년 약 630억 달러의 시장 규모로 커지고, 2020년에는 71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중국 등의 급속한 헬스케어 시장 성장에 힘입어 연간 11.5%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체외진단은 면역화학, 분자, 현장진단(POCT) , 임상미생물학, 자가혈당측정, 혈액, 조직, 지혈 진단 등 크게 8가지로 분류된다. 임상면역학적 분석 및 화학분석을 통해 진단하는 면역화학 진단이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자가혈당, 현장진단 시장이 그 뒤를 잇고 있다. DNA와 RNA를 분석하는 분자진단은 연간 12% 성장률을 나타내 가장 빠른 발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체외진단 시장은 글로벌 기업인 로슈, 존슨앤존슨, 애보트, 지멘스 등이 진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전체 시장 점유율만 50%이상 차지한다. 국내 기업들은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진단 분야 중에서도 분자 진단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씨젠은 국내 분자진단 대표기업이다. 분자진단에 사용되는 시약을 제조·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이 6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성장했다. 진단키트 전문기업 바이오니아도 올해 2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LG생명과학은 분자진단으로 연간 100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진단분야 스타트업(신생벤처) 기업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테라노스’가 대표적이다. 테라노스는 혈액 한 방울로 최소 30가지 이상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혈액 검사 키트를 개발했다. 미국내 시장전문가들은 이 키트 하나로 향후 10년간 2000억 달러의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가 90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한 유전정보를 분석해 환자의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아야스디(AYASDI)도 최근 1억 달러 투자 유치를 받는 등 헬스케어 진단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놈프로젝트가 성공한 이래 분자진단 분야에서도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하게 하는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CDx)’도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 동반진단은 특정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약에 대한 환자의 반응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지난 8월 동반진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표적치료제에 대한 동반진단을 명시했다. 아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국내에서도 일부 분자진단 기업들이 이미 동반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는 “분자진단 중에서도 동반진단은 치료에 대한 또 다른 개념을 심어주고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며 “동반진단 시장이 진단 분야에서 안착되면 진정한 맞춤형 헬스이코노미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체외진단 시장이 국내 핵심 성장분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체외진단기기는 신의료기술항목에 포함돼 있기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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