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접종, 독감주사, 일본뇌염주사, 천연두 주사….
사람은 태어난 뒤 수많은 종류의 ‘주사’를 맞는다. 모두 ‘백신’이다. 외부에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이들 병원균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 지구촌 사람 간 왕래가 잦아지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있다. 또한 기존 백신에 대항하는 내성이 강한 병원균이 늘어나고 있다. 마거릿 챈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 이야기했듯이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항할 방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인류가 또 다른 위협에 직면한 셈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DNA백신’으로 불리는 이 백신은 기존 백신과는 다른 우수한 장점을 갖고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인류의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인체에서는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이를 물리치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를 ‘항체’라고 한다. 한번 항체가 생기면 우리 몸은 이를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같은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똑같은 항체를 만들어 대항한다. 백신은 인체의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진짜 적군이 침입하기 전에, 가상 적군과 예비 전투를 벌이는 것과 같다.
이미 죽거나 기능이 약해진 병균, 혹은 병균과 비슷한 가짜 병균을 인체에 인위적으로 넣으면 우리 몸은 이를 진짜 병원균으로 착각하고 항체를 만들어 낸다. 간혹 독감예방백신을 맞은 뒤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병원성은 약하지만 그래도 독감 바이러스를 넣어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인류는 이미 2500년 전부터 항체 생성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1700년대 말 ‘우두법’이 적용된 뒤부터 백신은 인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최근 기존 백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R&D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DNA백신이다. DNA백신의 원리는 기존 백신과 같다. 다만 병원균이 아닌, DNA를 넣어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DNA백신은 병원균의 유전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부분을 떼어내 인체에 넣어준다. 이 DNA는 우리 몸에 들어가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T-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준다. 병원균 전체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짜라 하더라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을 갖고 있는 병원균을 인체에 넣어줘야 한다. 에볼라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최고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맞고 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위험도 있다. 강태홍 동아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DNA 백신의 장점은 고감염성 질환의 경우 병원성 우려가 없다는 것”이라며 “일반 백신은 고병원성 항원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DNA백신은 약한 병원성을 띠는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한 단일 유전자 DNA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백신 보관과 생산 측면에서도 DNA 백신은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일반 백신은 병원균을 직접 사용하는 만큼 냉장보관이 필수다. 상온에서 오랫동안 놓아둘 경우 백신에 있는 병원균이 파괴될 수 있다. 백신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도 6개월 정도 필요했다. DNA의 구조는 이중나선으로 단단한 만큼 DNA백신도 안정한 형태를 띈다.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할 뿐 아니라 DNA 조각을 복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제조 시간도 1개월 정도로 짧다. 다양한 병원균에 대한 DNA 백신이 개발돼, 기존 백신을 대처할 수 있다면 보관이 용이하고 제조 기간이 짧은 만큼 더 많은 곳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DNA 백신 제조 기술이 향상되면 기존 백신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웠던 병원균의 내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내성은 유전자 재조합에 의해 새로 만들어진 단백질이 바이러스 표면에 노출돼, 항원이 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강 교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이처럼 재조합 빈도가 희박한 유전자에 대한 DNA 백신을 개발하면, 병원균의 내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DNA 백신은 치료 백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T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만큼, 예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Q바이러스는 물론 C형 간염 바이러스 등 백신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병원균에 대한 임상시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DNA백신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작동할 확률이 낮다는 문제점이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점점 그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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