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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김치의 가장 큰 특징은 ‘김치국물’이다. 말린 황태와 다시마를 물에 넣고 10시간 이상 끓여 체에 거른 육수를 식혀 사용한다. 이 육수는 배추김치와 산소와 접촉을 막고, 유산균 번식을 도와 궁중김치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톡쏘는 듯한 탄산미를 살려낸다. 원래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양지머리 육수를 썼지만 CJ제일제당 궁중김치 공장은 할랄인증을 받아 육류는 취급하지 않았다.
궁중김치는 궁중에서 왕족이 먹던 김치인 만큼 외관도 신경썼다. 고춧가루는 키에 한 번 더 걸러 고운 입자만 사용하고 굵은 대파 대신 쪽파를 쓴다. 밤편은 부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짝 익힌 후 채를 썰어야 했다. 깔끔한 외형을 위해 무채도 최소화하는 대신, 절인 무인 무 젓국지로 시원한 맛을 살렸다.
궁중김치는 5mm 두께로 썬 무채와 4cm 길이로 자른 쪽파에 황석어액젓, 까나리액젓, 새우젓을 넣고 무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CJ제일제당은 살이 오른 남해안산 황석어만을 골라 담근 액젓을 2년 동안 숙성해 사용한다. 황석어액젓은 가시 등 이물 등이 있을 수 있어 곱게 갈아 한 번 더 걸렀다. 젓갈 외에도 마늘, 양파, 생각, 배, 매실당, 풀 등을 속 양념에 추가하고 풀은 맨 마지막에 넣는다. 먼저 넣으면 색이 안 입혀져 김치가 주황색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비비고 궁중김치를 직접 개발한 오지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박사는 “엄마들이 김치를 담글 때 양념이 되지 않은 무채에 고춧가루부터 넣는데, 이 경우 무채가 쉽게 부서지고 색도 곱게 들지 않는다”면서 “먼저 젓갈을 이용해 양념하면 무채에 맛도 들고 뻣뻣한 무채 숨도 많이 죽는다”고 설명했다.
배추는 고소한 맛이 특징인 가을 배추를 사용했다. 염수과정을 미리 거친 배추에 속양념을 넣고 버무리면서 중간중간 밤편과 잣, 신선초 등을 끼어 넣었다. 신선초는 김치의 잡냄새를 잡아주고 시원한 맛을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담근 배추는 오목한 통에 담은 뒤 김치가 잠길 정도만 육수를 부어준다. 겉잎으로 덮고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꾹 눌러두면 냉장보관 3일, 김치냉장고 일주일부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냉장보관 전 김치통을 반 나절 정도 실온 두면 맛이 더욱 좋다. 비비고 궁중김치의 경우 전용 발효용기를 사용해 겨울철 땅속 온도와 유사한 5도 이하에서 저온 숙성하고 ‘숨쉬는 밸브’를 이용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했다. 뚜껑에는 누름판을 추가해 돌 같은 걸로 눌러놓지 않아도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해 산패를 막는다.
익기 전 먼저 맛을 본 궁중김치는 다소 심심하기까지 했다. 오 박사는 “궁중김치는 일반 배추김치보다 무채도 적고, 고춧가루도 2/3 정도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양념이 적다”면서 “젓갈맛이 진하고 깊은 맛이 특징인
이어 “궁중김치는 최근 유행하는 저염김치와도 잘 들어맞는다”면서 “일반 배추김치보다 염도는 1~2도 낮으면서도 숙성했을 때 유산균과 비타민 함량은 더 많아 아이들이 먹기 좋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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