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어느날 오후. 현대모비스 서울 역삼사옥 6층에 위치한 종합상황실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고등을 확인하니 북경 현대차 제1공장 내에 화재가 의심됐다. 상황실 직원들은 즉시 모니터로 해당 공장의 의심되는 장소를 CCTV로 확인했다. 원격 조정을 통해 화면을 확대해서 보니 화재의 흔적은 없었다. 현지 연락 결과 용접 과정에서 튄 불꽃으로 인해 과민하게 반응한 화재경보기가 울린 것으로 최종확인되었다. 상황실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현대모비스가 ‘시스템 경영’을 화두로 내세우고 경영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시스템 경영이란 조직 경영 방식을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굴러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모든 조직원이 경영 관련 중요 정부에 실시간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극대화하는 동시에, 만일의 사태에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는 현대모비스의 시스템경영의 현황과 효과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았다.
현대모비스의 시스템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3년 초 역삼사옥에 처음 설치된 종합상황실이다. 55인치 모니터 8개가 결합된 종합 모니터는 전세계 10개국에 진출한 현대모비스의 30여개 제조공장의 라인, 제품별 생산현황, 재고현황, 생산실적, 가동률, 재고일수, 필드품질 등 각종 관리수치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전세계 현대모비스 모듈공장마다 CCTV를 주요 장소에 설치해 실시간으로 화상으로 볼 수 있다. 화면 확대 기능까지 있어서 서울 본사에서 지구 반대편 공장 작업자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상화 현대모비스 IT기획실장은 “최고경영진을 포함해 매일 아침 약 300명이 넘는 인원이 화상회의에 참가하는데 여기서 종합상황실의 각종 자료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며 “예컨대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거 같으면 관련 부서별로 확인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효율적이었으나 화상회의시스템을 통해 지금은 실시간으로 확실한 자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각종 자료를 협력업체에도 협력업체 포털시스템을 구축하여 제공했다. 협력업체가 공급한 제품에 대한 품질을 평가한 자료를 협력업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품질 개선을 이루도록 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화상회의시스템을 통한 정보공유로 협력업체와의 동반상생의 새로운 길을 열은 것으로 자평했다. 화상회의시스템 프로그램은 현대모비스가 무상으로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실장은 “예전엔 협력업체와 매달 혹은 분기별로 품질 회의를 했는데, 지난달부터는 화상회의를 통해 실시간 자료를 보면서 하는 회의로 회의 문화가 대체됐다”고 말했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품질 제고는 물론 회의 참가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사실 현대모비스는 15년 전부터 화상회의를 시작해 업계에서는 화상회의의 선구자로 통한다. 지난 2000년부터 모든 직원들 컴퓨터에 카메라를 설치해 일찌감치 직원들에게 화상회의를 하도록 권장했다. 지금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서로 연락할 때 전화가 아니라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서로 얼굴보며 대화를 나눈다.
시스템 경영은 최근 현대모비스의 사무관리시스템 혁신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7월 1일 ‘페이퍼리스(종이 없는)’ 회사를 목표로 하는 사무관리혁신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국내 모든 사업장에 설치된 개별 프린터기를 없애고 대신 복합기를 본부별로 하나씩 설치했다. 이 복합기는 직원 신분증을 인식한 뒤에야 사용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종이 없는 사무실 캠페인을 위해 팀장과 신입사원들에게 스마트PC를 지급했다.
현대모비스가 회사의 모든 업무문서를 중앙서버에 저장해 자산화하고, 이를 임직원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사무관리 혁신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생긴 변화다. 중앙서버 활용 이후, 문서를 개인 PC의 하드웨어에 저장할 일이 거의 없어져 용량이 큰 데스크톱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임직원 개인 또는 각 팀에서 작성한 각종 보고서 · 현황자료 · 시장분석 등 문서화된 모든 업무자료를 전사가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료의 중복 작성을 방지하고,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지식자산 관리 체계의 변화와 혁신을 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은 ‘M-클라우드’라는 중앙서버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문서공유 활성화 및 협력마인드 강화를 위해 통합검색 플랫폼을 구축,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처럼 통합 키워드 검색만으로 필요한 문서를 쉽게 찾아 활용하고 있다.
성과는 즉각적이었고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회사 전 임직원들의 빠른 협조로 두달여 만에 PC문서 제로화를 이뤄냈다”며 “약 4개월 동안 1인당 평균 PC문서가 60건으로 같은 기간 과거 1인당 5797건에 비하면 제로화율이 99%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무관리시스템 도입 후 불과 4개월만에 M클라우드에 등록된 문서가 1347만건이 넘었고, 문서장수는 6738만장이 넘었다. 이 문서를 프린트해서 쌓아올리면 높이가 6740m로 남산타워 약 29개에 해당되는 높이다. 무게로는 33만kg이상으로 아반떼 승용차 270대에 해당한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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