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최근 현대상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보유 자산을 다른 계열사에 헐값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 11일 현대엘엔알의 지분 49%를 현대엘리베이터에 254억원에 넘긴 것을 두고 헐값 이전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엘엔알은 서울 반얀트리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2년 쌍용건설로부터 1635억원에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 현대엘엔알을 설립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 등 네 계열사가 990억을 출자했고 현대상선은 441억원을 출자해 현대엘엔알 지분 49%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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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441억원을 투자한 현대알엔엘 지분 49%를 3년만에 반토막이 난 254억원에 다른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매각 가능성이 높은 현대상선의 주요 자산 들을 낮은 가격에 핵심 그룹사인 현대엘리베이터로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상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회장이 애지중지한 반얀트리호텔과 현대증권 등 핵심 계열사를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몰아놓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1일 현대상선의 현대엘엔알 지분을 비롯해 현대아산 지분 33.79%도 357억여원에 취득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주식을 신탁해 1300억여원의 자금을 빌려줘, 현대증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가 현대상선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보유 자산 등을 엘리베이터 등으로 옮기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도 “현대증권이 흑자가 나고 장래가 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면 된다”며 “현대상선이 디폴트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주요 자산을 현대엘리베이터로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3조3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마련하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6000억원 규모 현대증권 지분 매각이 불발되면서 자구안 이행에 비상이 걸렸다.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현대상선을 구하려다 그룹 알짜 계열사까지 휘청거리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대상선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상선이 매각될 경우 ‘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증권·현대아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현대아산’으로 단순해진다. 수익을 내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대주주가 되면서 현정은 회장의 지배력은 강화된다.
현대그룹 측에서는 반얀트리호텔은 수차례 매각 시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절반 가격에 현대엘리베이터에 넘기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측의 설명을 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 현대그룹이 반얀트리호텔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당시의 지적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반얀트리호텔은 지난 2010년 6월 국내 최고급 호텔을 지향하며
[정욱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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