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더 이상 틈새시장을 노리는 상품이 아니다. 성능·효율성 모든 면에서 곧 가솔린차를 압도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 업체이자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진이 한국을 찾았다. 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에너지 코리아 포럼 2015’에 참석한 테슬라의 제프리 스트라우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강연을 통해 “전기차는 가솔린차와 본격적인 시장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전기차로 인한 기술 발달은 에너지와 관련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테슬라의 최신 전기차 모델들은 경제성 뿐 아니라 운전 재미까지 제공할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그동안 가솔린차의 독보적인 장점이던 고성능차 시장에도 전기차가 진출해 정면대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는 판매되는 차량의 30% 이상이 테슬라 등 전기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스트라우벨 CTO는 전기차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해준 일등 공신으로 배터리 기술을 꼽았다. 스트라우벨 CTO는 그는 “요즘 생산되는 배터리는 테슬라가 설립된 2003년에 비해 전기 저장용량이 2배 이상”이라며 “배터리 발전 덕분에 최신 모델인 테슬라S의 경우 한번 충전으로 270마일을 주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터리 기술의 발전은 전기차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와 함께 주력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테슬라가 생산을 시작한 가정용 ESS인 파워월은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해 매일 7킬로와트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각 가정이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지 않고 자체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이산화탄소 제로’ 시대가 곧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라우벨 CTO는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려면 자동차 회사들이 충전소 설치에 더 많이 투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슬라는 자동차를 타고 미국 일주를 할수 있도록 도시간 주요 거점마다 30분만에 충전이 가능한 슈퍼차저 네트워크(급속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며 “폭스바겐도 얼마전 유사한 종류의 충전 네트워크를 유럽에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회사는 정부의 충전소 설치를 기다리지만 말고 직접 나서서 충전소 설치를해야한다”며 “만일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때 통신 회사들이 (통신망 설치를 정부가 해주길) 기다리고만 있었다면 지금처럼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태동단계인 한국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홍콩, 노르웨이 등은 전기차 구입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다”며 “한국정부가 전기차와 화석 연료 자동차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8대 에너지 신산업’ 정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8대 에너지 신산업 정책은 ‘네가와트 시장, 에너지 저장 통합서비스, 에너지 자립 섬, 태양광 대여, 전기차, 화력 발전 온배수 이용, 친환경 에너지 타운, 제로에너지 빌딩’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스트라우벨 CTO는 “매우 현명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라며 “향후 눈부신 성장이 기대되는 에너지 효율성, 태양광 에너지, 에너지 저장 분야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한국 진출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국은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 언젠가 반드시 진출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테슬라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선 충전소 등 인프라 확보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일산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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