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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6시께 방어진 수협 앞 위판장에서 20여명의 중매인이 경매에 참여해 생선을 지켜보고 있다. 예년같으면 생선이 앞마당을 가득 채워야하지만 올해는 어획량이 적어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
지난 13일 오전 6시 울산시 방어진항 수협앞 생선 경매 현장. 300평 남짓의 수협 위판장에 그날 잡아온 생선이 10㎏들이씩 나무 박스에 담긴채 늘어 서있다. 방어진 수협 판매과 최성식 계장이 사이렌 소리를 연상시키는 긴호흡으로 “헤이~”하고 외치자 중매인들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눈깜작할새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흔들어보이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중매인의 가격과 중매인 번호가 호명된다. 낙찰받지 못한 중매인들은 한숨을 내쉬거나 뒷목을 부여잡고 씩씩거리며 거친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날은 오후에 예고된 풍랑주의보로 한 두 척에 불과하던 평소와 달리, 일곱척의 배가 모두 항구에 들어왔다. 하지만, 잡힌 생선의 행렬은 예년처럼 수협 앞마당을 빼곡히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올들어 어획량이 뚝 떨어지자 수협마당은 절반 이상이 휑한 빈 공간으로 남았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대구산지 중 하나인 방어진의 현주소다. 대구를 둘러싼 중매인들의 눈치싸움이 예년보다 필사적인 이유다.
겨울철 대표 탕거리 생선인 대구의 어획량이 올해들어 급감하면서 ‘금대구’를 둘러싼 전쟁이 시작됐다. 18일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탈에 따르면 이달 2~16일 보름간 대구(활어·선어)의 어획량은 28만1615㎏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92만3942㎏보다 70%가량 줄었다. 2013년의 64만3692㎏과 비교해도 어획량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공급량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돼 올해 같은 기간 대구의 ㎏당 가격은 5408원으로 작년·재작년 2093원, 2120원의 2.5배 수준이 됐다.
이렇게 대구가 갑자기 귀한 몸이 된 것은 무엇보다 ‘후쿠시마발 나비효과’가 이유로 꼽힌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 나오는 생선은 공급과 수요가 모두 줄었다. 이로 인해 그간 겨울철 탕거리 생선으로 즐겨먹던 일본산 생태가 식탁에서 내려오고 대구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후쿠시마 사태 전후년도인 2010년과 2012년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탕거리 생선 가운데 생태의 비중은 47.5%에서 12.8%로 4분의 3 가까이 뚝 떨어졌다. 반면, 대구 수요가 늘어나자 지난 2년간 어획량을 과도하게 늘렸고 이로 인해 대구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이창곤 롯데마트 수산 상품기획자(MD)는 “지난해 서해에서 대구를 워낙 많이 잡아 올해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동해에서는 마리당 2㎏가 넘어가는 왕대구가 잡히곤 했는데 올해는 주변 수온보다 5℃ 이상 낮은 수온을 보이는 냉수대가 형성되면서 동해 대구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름철부터 계속된 냉수대로 인해 대구가 밀집해 있을만한 어장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획량의 감소는 어민의 생활도 바꾸고 있었다. 방어진항에서 롯데마트로 들어가는 물량을 모두 대신 매입하는 중개인 김하걸 씨(40)는 “올해는 ‘하루발이’(하루에 목표 조업을 다 마치는 어선)는 다 없어?다고 봐야지예”라며 최근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위판장에 나온 대구를 가장 많이 확보하며 경매에서 ‘승리’를 거둔 인물. 하지만 그는 “예전에는 하루만에 목표한 조업량을 다 채워서 들어오는 배가 있었는데 요즘은 평균 2박3일, 길면 3박4일까지 조업하고 들어오는 배가 있다”며 “배 한번 띄우는데 기름값이 2000만원인데 본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수협
[울산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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