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는 조합 예탁금 비과세 등 올해로 시한이 만료되는 비과세·감면 조항을 정비해 최대 3조70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났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본회의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 과정에서 비과세예탁금 제도 등의 일몰이 또다시 연장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세수 결손이 1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88개 조세특례 조항을 정비해 3조7000억원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8월 세법개정안을 내놓으면서 비과세·감면 혜택 폐지를 통해 세수 1조1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일몰 기한이 또다시 대거 연장되면서 세수 확충 규모가 18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당초 계획의 5%에 불과한 수치다.
예탁금 비과세 제도는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조합법인의 예탁금과 출자금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으로 올해로 일몰 기간이 끝날 계획이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를 통해 확충할 수 있는 세수는 92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 일몰 시한이 지나면 내년 5%, 내후년부터 9%의 저율과세를 적용할 방침이었다.
문제는 국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농어민 표를 의식해 비과세예탁금 제도의 일몰을 2018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1만원 안팎 가입비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사실상 농어민 대책으로 보기 어렵지만, 당장 국회가 포퓰리즘에 의존해 비과세예탁금 제도를 존속하기로 한 것이다. 예탁금은 3000만원, 배당금은 100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악용 소지가 높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일몰 기간을 연장해 존속하기로 한 조세특례조항이 모두 얼마인지는 집계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다만 국회가 정책적으로 판단해 일몰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비과세예탁금처럼 국회의 ‘포퓰리즘’에 따라 비과세 감면 일몰을 연장해 세수 확충에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3~2014년 일몰 기간이 끝나 폐지해야 하는 세액 가운데 96%가 일몰이 연장됐다. 사실상 한번 도입된 조세 감면 혜택은 다시 되돌리기 어려우며 결국 당초 계획대로 세수를 찾는 세금이 4%에 그쳤다는 것이다. 또한 일몰이 있는 세금 항
국회 예산정책처는 “조세지출은 한번 신설되면 폐지되기 어렵다”면서 “조세특례제도 일몰을 연장하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앞으로 개선 방안을 담은 계획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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