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거래(B2B)를 위한 맞춤 조직을 만들어라’
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옮긴 구본준 부회장의 취임일성이다. 신성장사업추진단은 그룹이 미래성장사업으로 삼고 있는 소재·부품,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을 집중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에 맞춰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하부 조직개편에 구본준 부회장의 지침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B2B 사업이 잘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3일 LG전자에 따르면 현재 영국 런던에 있는 유럽지역본부를 독일법인이 있는 독일 뒤셀도르프로 이전한다. 뒤셀도르프는 독일 서쪽에 위치한 상업도시로 네덜란드·벨기에와 인접해 있다. 지역본부 이전으로 기존에는 유럽지역대표가 영국법인장을 겸했지만 앞으로는 독일법인장을 겸임하게 된다.
LG전자가 유럽지역본부를 이전하는 것은 B2B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조치다. 독일은 자동차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세계 톱 레벨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모두 독일 회사다. 보쉬와 지멘스 등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도 넘쳐난다.
LG전자는 2년 전에 부품 설계 전문업체인 LG CNS의 V-ENS을 합병해 차량용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VC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차량용 텔레메틱스 분야에서는 30%대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모터 등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와 구글의 무인카 개발 파트너로도 참여하기로 하는 등 미래 스마트카의 핵심부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친황경 에너지 사업도 LG전자가 관심을 두는 분야다. LG전자는 고효율 태양광 모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부서(BD)를 별도로 신설하고 2020년까지 1200억원을 투자해 ESS 사업을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LG전자는 유럽지역본부 이전을 통해 독일 내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사업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직원 채용 등을 통해 기존의 영업인력도 늘리기로 했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유럽지역본부 이전은 앞으로 해외거점이 완제품을 판매하는 마케팅 조직보다 부품을 판매하는 영업조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라며 “본사 뿐 아니라 해외도 B2B로 방향을 크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미 지난달 있은 임직원 인사를 통해 B2B 확대를 보여줬다. 소비자간거래(B2C)에서 잔뼈가 굵은 노환용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상봉 에너지사업센터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B2B 부문장을 맡은 것이다.
1982년 LG전자에 입사한 이상봉 사장은 지난해 에너지사업센터장을 맡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광 모듈 개발과 에너지저장장치(EMS) 사업 육성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장이 이번에 B2B 부문장을 맡게 된 것은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는 LG전자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다.
또 유럽지역 B2B 영업을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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