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빵에 뿌리는 참깨 숫자도 똑같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 맥도날드는 맛의 표준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13억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를 개발했다. 대표적인 로컬 메뉴가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 맵고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현지인의 취향을 공략해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매장에까지 선보였다. 글로벌과 로컬 메뉴 비율은 7:3 정도다.
맥도날드는 중국 본토를 점령하기 위해 8년 동안 철저히 시장 조사만 했다. 1982년 홍콩 법인을 설립한 후 8년 동안 현지 상권과 고객층을 분석했다. 오랜 준비 끝에 1990년 셴진(심천)에 첫 법인과 점포를 연 후 1992년 베이징, 1993년 광저우, 1994년 상하이로 영토를 넓혔다. 베이징삼원그룹, 화롄그룹, 광저우국제신탁투자공사 등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해 대도시 거점에서 지방 도시로 파고든 결과 지난해 점포 2407개를 거느리게 됐다.
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대토론회 ‘위기의 한국 프랜차이즈, 살 길은?’에서는 한국판 맥도날드가 나오지 않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프랜차이즈 사업자 200여명이 참석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K푸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도 한국판 맥도날드를 꿈꾸며 해외로 나가고 있다. 2000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미스터피자는 올해 100호점을 돌파했으며 미국과 동남아시아로도 매장을 넓히고 있다. 바게트 본고장 파리에 직영점을 낸 SPC는 현재 5개국에서 19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미국 현지 가맹사업도 한다. 제너시스BBQ는 한국 ‘치맥(치킨+맥주)’문화를 전세계에 알린 주역으로 꼽힌다. 200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30여 개국에 총 5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심태호 AT커니 파트너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강조했다. “맥도날드는 중국 국영 기업과 손잡고 물류와 브랜드 마케팅, 직원 관리에 성공했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후원하고 공익재단을 만드는 등 중국 친화 마케팅으로 현지인들의 마음을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평을 맡은 안충영 동반성장위원장은 “한·중 FTA가 타결됐기 때문에 중국은 ‘옆동네 시장’이라 생각한다”며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이 K팝과 어우러져 진출한다면 시장 개척 가능성이 높다. 한류에 한국형 커피 매장을 결합해 공략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과당경쟁에 시달리는 영세 사업자들=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대표 선수를 키우려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기반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대부분 업체들이 영세하고 과당 경쟁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지난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3482개, 가맹점은 무려 19만4199개나 된다. 인구 100만명당 가맹본부 수(2013년)는 미국 5개, 일본 10개, 중국 3.3개인 반면에 한국은 무려 70개다. 가맹점 수도 100만명당 한국은 6330개로 미국(2620개)이나 일본(1874개)보다 월등히 많다.
한 동네에 치킨집과 피자, 빵집에 몰려 출혈경쟁을 하다보니 매출액이 20억원에 못 미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71.4%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외식업에 과도하게 편중돼 사업 안정성도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가맹본부의 평균 업력은 5.4년에 불과하다. 1년 안에 사업을 접는 본부도 16%에 달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프랜차이즈산업에서 외식업 비중이 72%에 달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며 “프랜차이즈 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면 활발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시장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성장 가로막는 규제=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없는 각종 규제도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가맹본부가 예상매출액을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강제조항은 국내에서만 존재한다. 가맹본부가 프랜차이즈 점포의 예상매출액을 일일이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워 큰 부담이 된다. 실제로 예상매출액을 과도하게 산정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에 휘말려 수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한 가맹본부도 있다.
가맹점주에게 일반 산업 노조와 같은 단체교섭권을 준 조항도 활발한 가맹거래를 제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지역을 강제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중 제과제빵과 음식업점에 거리를 제한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경우 동네빵집에서 도보로 500m 이내에는 출점하지 못한다. 전우정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주제 발표에서 “입법을 통해 배타적인 영업지역 설정과 보호를 강제하는 건 프랜차이즈 법제의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일자리창출을 선도하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과도한 각종규제에 발목잡히지 않고 세계로 나아갈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규모는 100조원에 달한다. 15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이다. 1970년대 이후 자영업자들이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면서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왔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전할 여지는 많으며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사건 사고를 잘 이겨냈지만 소비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못어 걱정”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대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원내대표도 이에 공감하고 프랜차이즈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중 FTA비준으로 국내 프랜차이즈사업이 탄력을 받게 되면 한류와 함께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당차원에서 글로벌 프랜차이즈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보잉사와 경쟁하는 한국 기업은 없지만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많다. 그만큼 프랜차이즈사업은 세계 경쟁에 노출돼있고 압박도 받고있다”면서 “산업 기반을 키우기 위해 당에서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 서진우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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