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추락하자 정부는 그때부터 ‘새로마지2030’플랜 등 수많은 출산장려 정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세계 최악의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재정부담 증가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종말’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 ‘18년’ (고령사회 진입 속도 세계 최단)
한국은 전세계에서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힌다.
지난 2007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에 도달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오는 2018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불과 18년만이다. 이는 앞서 고령화 문제를 겪은 선진국들을 한참 앞지른다. 미국(73년), 독일(40년)은 물론 대표적 장수국가인 일본(24년)보다도 6년이나 빨랐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15년이 걸렸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도 불과 8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세계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이탈리아와 일본(2006년), 독일(2009년) 뿐이다.
◆ ‘31세’ (첫 아이 출산 연령 세계 최고)
여성들의 학력과 취업률이 높아지며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평균 27.3세이던 여성 초혼연령은 지난해 29.8세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첫 아이를 낳는 나이도 지난해 30.9세로 늦어졌다. 불가리아(25.7세)나 미국(28.1세)은 물론 만혼이 보편화된 영국(28.3세)이나 이탈리아(30.6세)보다도 늦은 나이다. 사실상 세계 최고다. 더 큰 걱정은 결혼이 늦어지면서 출산율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5세 미만에 결혼한 여성은 평균 2.03명의 자녀를 두는 반면, 35세를 넘어 결혼한 여성의 경우 평균 1명도 되지 않는 0.84명의 자녀를 낳는 것으로 집계됐다.
◆ ‘0.57%’ (GDP 대비 저출산예산 OECD 최저)
뜻밖이다. 한국은 두 차례의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통해 152조1000억원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저출산 관련 예산 지출은 주요국중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 관련 예산지출 비중은 0.57%로 OECD 평균 2.18%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3.5%를 넘는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과의 격차가 특히 컸다. 프랑스의 경우 세제와 연금크레디트, 각종 수당을 통해 양육에 지원하는 비용만 GDP의 2.8%에 달했다.
◆ ‘1.1%’ (이민자 비중. 아·태 최저)
한국은 내년 3074만명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며 소비·투자가 연이어 위축되는 ‘인구절벽’을 앞두고 있다. 출산을 기피하는 풍토 속에서 인구를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이민 확대다.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9일 세계은행이 내놓은 ‘장수와 고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이민자 비중은 1.1%로 조사대상인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싱가포르(40.7%)나 호주(25.7%)는 물론, 일본·태국(1.7%)보다도 낮은 수치다.
◆ ‘50%’ (노인빈곤률 OECD 최저)
지난 1일 OECD가 내놓은 ‘2015년도 한 눈에 보는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50%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인빈곤율이란 중위소득의 절반(50%)에 미치지 못하는 노인의 비중을 뜻한다. 이는 OECD 평균인 13%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은 노인 수입 면에서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전체 평균소득 대비 노인 평균수입은 60%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룩셈부르크(106%)는 오히려 노인평균수입이 전체소득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핵심은 결국 너무나 빠른 ‘진행속도’”라며 “저출산 대책은 효력이 늦게 나타나는 만큼 최대한 정책 수립과 집행을 서두르고, 노인 부양 등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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