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대형 플랜트 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업계에 삼성중공업이 희소식을 갖고 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인 ENI 사가 발주 예정인 초대형 해양플랜트를 삼성중공업이 곧 수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총 사업규모가 54억 달러(6조 3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회사들이 수주를 위해 뛰어든 상태다. 삼성중공업이 수주를 확정하면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쓰라린 경험을 안겨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턴어라운드를 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주목된다.
이탈리아 ENI 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아프리카 모잠비크 해역의 코랄 프로젝트 FLNG(부유식 LNG생산설비)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논의를 가졌다. FLNG란 바다에서 천연가스를 액화해 생산하고 저장, 하역할 수 있는 종합적인 설비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최신 기술력이 총체된 설비로 꼽힌다. 기존 육상 LNG터미널을 해상으로 옮겨온 설비다.
이번 프로젝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NI 는 내부적으로 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을 사실상 사업자로 내정했으며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프로젝트 발주가 이뤄지면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성장동력을 고민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사이펨, KBR 등 각 분야 세계적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었다. 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대형 FLNG 를 수주한 경력이 있고, 프랑스 테크닙, 일본 JGC 등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로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젝트에 매달린 것은 세계적인 에너지기업들이 참여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고 LNG 분야에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모잠비크 해상 프로젝트로 사업성이 비교적 좋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주가 이뤄지는 모잠비크 해상 4지역에는 ENI의 자회사인 ENI이스트아프리카(East Africa)가 70%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중 20% 지분은 중국 최대 국영석유가스회사인 CNPC가 갖고 있다. 유럽계와 중국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가스공사가 10% 지분을 갖고 있어 한국과도 이해관계가 밀접한 프로젝트다. 나머지 지분은 포르투갈 최대 에너지회사인 GALP(10%), 모잠비크국영석유회사 ENH(10%)가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컨소시엄에 약 46% 를 참여하며, 테크닙, JGC가 각각 33.5%, 20.5% 참여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로열더치셸로부터 호주에서 쓰일 FLNG 3척을 5조2724억원에 수주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4년 전에는 로열더치셸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인 프릴루드(Prelude) FLNG를 수주해 건조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프릴루드 FLNG 사업시 이번 입찰에 참여한 프랑스 테크닙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바 있다. 프릴루드 FLNG는 세계 최대 항공모함보다 5배 이상 무거운 해양구조물이다. 총 사업규모가 54억 달러(6조 3000억원)는 약 5조원으로 추정되는 롯데월드타워 건설비보다 크다. 이번에 ENI 측이 발주할 FLNG 선은 2척이며 규모가 프릴루드에 못지 않게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제 절대 손해나는 식으로 해양플랜트 수주에 나설 이유가 없으며 조선업체들이 모잠비크 FLNG 사업은 철저하게 마진이 보장되는 형태로 준비를 해 왔다”며 “삼성중공업 컨소시엄의 수주가 확정될 경우 이 분야에서 조선업계가 새출발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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