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기(다이어트)와 금연은 새해를 맞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세우는 단골 계획이다. 그러나 새해 다짐은 거의 대부분 한달을 못 채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는 “체중관리와 금연은 ‘한번 해보자’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목표는 1개인데, 목표를 가로 막는 요인은 수십 가지여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체중을 빼는 것은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소모되는 에너지사이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 들어오는 에너지는 먹는 것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덜 먹는 방법 밖에 없다. 운동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식욕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식이조절 없이 운동만으로는 살을 빼기 어렵다. 자주 등산을 다니시는 중년층들이 뱃살을 빼지 못하는 이유도 등산 후 먹는 막걸리와 안주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체중관리는 먹는 것을 통제하는 싸움이다. 신동욱 교수는 “뇌의 식욕중추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로 많은 분들이 효과를 보고 있지만, 금연약물처럼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스스로 먹는 칼로리 목표를 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이 최근 들어 이를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앱)이 많이 개발됐다. 앱에 내가 먹은 음식을 입력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많이 먹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음식을 먹으면 칼로리가 적게 들어가는지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자기 관리에 도움이 된다. 1/2접시 같은 표현이 애매하기 때문에 정확한 양을 입력하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지만, 입력하는 것 자체가 자기 관리의 핵심이다.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해주고, 근육량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높여 준다. 기초대사량이 높으면 가만히 있어도 소모되는 칼로리가 늘어난다. 장기적으로 체중을 줄이는데 운동은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도 운동을 돕는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금연도 어려운 게 금단증상과 참을 수없는 갈망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흡연을 하면 뇌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하고, 흡연으로 인한 짧고 강렬한 자극은 니코틴 수용체를 증가시킨다. 이 니코틴 수용체는 니코틴으로 채워야 하는데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갑자기 담배를 끊으면 니코틴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마치 밥을 먹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집중이 어렵고 불안 초초 짜증이 찾아온다. 이를 금단증상이라고 한다. 금연하다가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 수용체가 채워지면서 순간적으로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약물치료는 이 니코틴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니코틴 수용체를 약물로 채워주면 흡연욕구를 제어할 수 있다. 이렇게 금연을 3달이상 유지하면 뇌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약물치료를 잘 사용하면 절반이상의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는다.
체중감량과 금연에 성공하면 자신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다.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아서 언제든지 당장의 즐거움에 넘어가기 쉽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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