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값싼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던 중국 가전, IT업체들이 전세계 프리미엄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서 삼성이 소니를 넘어섰듯 한국 업체들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로 풀이 된다.
‘CES 2016’ 개막에 앞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선 중국업체들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한 중국 휴대 단말기업체 화웨이가 포문을 열었다. 케빈 호 화웨이 부사장은 이날 무대에 올라 6인치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Mate)8’을 공개했다. 4G 64기가바이트 모델이 699유로(87만원 상당)에 달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30분 충전으로 하루종일 쓸 수 있다는 배터리, 노크하듯 두드리는 캡처방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냈다.
특이할만한 점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셔(AP) 기린(Kirin950)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삼성, LG전자가 자체 AP를 탑재해 경쟁력을 높였듯 화웨이도 처음으로 하드웨어와 부품을 일체화했다. 후면 1600만화소, 전면 8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했는데 화소 개선을 위해 약 9800만달러(1162억원)을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화웨이는 태블릿PC(미디어패드), 스마트워치(화웨이 워치) 등을 동시에 선보였는데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한국 업체들과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IBM과 모토롤라를 인수한 레노버도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요가900S), 비즈니스 PC인 씽크패드 X1 등 10종 이상의 제품을 동시에 선보이며 PC 시장 1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레노버는 베네치안 호텔 내 별도의 전시장을 만드는 등 올해 CES를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한편 12년째 중국 TV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는 하이센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해 일본 샤프의 TV부문 인수를 계기로 북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고 선언했으며 중국 생활가전업체인 TCL도 HDR 기술을 탑재한
한국 가전업체 관계자는 “저가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중국업체들이 이제는 북미를 비롯한 선진국 프리미엄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싸구려 중국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벗겠다는 전략으로 한국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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