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배기가스 조작파문과 관련, 뒤늦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형사 고발했다. 그러나 배기가스 조작 자체는 놔둔채 리콜계획서 부실에 초점을 맞춘 고발이어서 정부 대응이 여전히 미온적이고 지엽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제출된 폭스바겐 리콜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핵심 내용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한다고 19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폭스바겐측은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조작 내용을 설명하는 결함원인명세서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리콜계획서도 극히 부실한 내용으로 제출했다고 환경부는 덧붙였다. 대기환경보전법 제51조는 환경부 장관의 리콜 명령을 받은 자는 리콜 계획을 수립해 장관의 승인을 받게 돼 있으며 이 조치에 따르지 않을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에 해당하는 배출가스기준인증위반(대기환경보전법 46조 및 48조) 혐의는 고발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환경부는 최근 고문변호사에게 46조 위반에 근거한 형사고발이 가능한지 법률 자문을 의뢰했으나 ‘적용이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46조 적용과 관련해서는 실내기준을 명확하게 위반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검토를 진행중인 상황”이라며 “정부법무공단에도 법률자문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가 도착하면 내부검토를 거쳐 추가 형사고발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차량이 실내검사 단계는 문제없이 통과했으므로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지켜야한다’는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볼 것인지, 실제 도로주행에서 허용기준 이상의 배기가스가 배출됐으므로 규정을 어긴 것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46조 위반을 적용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돼 51조보다 벌칙 강도가 세다. 한국과 관련법 체계가 비슷한 미국 정부의 경우 배출가스기준 인증을 위반했다고 보고 법적 절차를 진행중이다. 국내피해 소비자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정부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환경부는 “한국은 행정기관이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에따라 폭스바겐에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한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미국과는 피해 구제절차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차량 판매로 대기오염 등 측정하기 힘든 공공이익 침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불과 100억원대 과징금으로 끝낸다는 것은 일반적 법감정과 괴리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징금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현행법상 불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피해소비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있어서도 미국 보다 소극적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서에는 보상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는데 기술검증, 개선 후 연비조사 등을 통해 데이터가 확보되는대로 리콜율을 높일 추가대책을 제출하라고 할 것”이라며 “환경부는 리콜율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가 반드시 있어야된다는 입장으로 100여만원씩 소비자 보상을 지급하는 미국도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전보상 대상을 리콜에 응하는 소비자로 한정하겠다는 얘기다. 리콜 수용여부와 상관없이 금전보상을 실시한 미국과 비교될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이 정부의 금전보상 요구에 응할지조차 아직
한편 폭스바겐측은 이날 오전 독일 본사 파워트레인 총괄책임자와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직접 환경부를 방문해 리콜계획과 관련한 내용을 환경부에 추가로 설명했다. 환경부는 추가자료를 검토하되 형사 고발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노원명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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