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형제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법원에서 3일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개시 첫 심리가 열린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판가름나면 롯데 경영권 다툼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개시 청구 사건의 첫 심리를 개최한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 노령 등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후견인을 정해 대리권을 행사하게 한 제도다.
앞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 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오빠인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했다.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도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가 ‘일관적 판단’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증언이 이미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법원이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인을 지정하게 되면 그 동안 제기돼 왔던 건강이상설을 법원이 인정하는 것으로, ‘아버지’의 뜻을 내걸고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부회장으로서는 중요한 명분을 잃게 된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권한은 위임받아 신 회장과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들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년후견인이 지정되지 않으면 신 총괄회장이 스스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신 회장은 부친의 성년후견인 개시에 대해 찬성하는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정 대리인을 통해 아버지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진술하는 한편, 의료기록 등 관련 증빙자료 제출도 검토하고 있다.
성년 후견인 지정 여부 자체 뿐 아니라 후견인이 누가 되느냐도 롯데 경영권 분쟁의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동주, 동빈 두 형제 중 한 사람이 후견인에서 배제되거나, 혹은 모두 지정되더라도 각 형제에 대한 그룹 내 우호 인사 수에 따라 판세가 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정숙씨는 오빠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후견인 대상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신청서에 명시된 5명 모두 또는 일부를 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은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가량이 걸리는 가운데 사안의 중요성 등을 감안한 법원이 상반기 안에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성년후견 심판 청구 신청은 총 2180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처리된 1708건 가운데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인용)는 1123건, 기각은 61건이다.
이날 열리는 첫 심리에 신 총괄회장은 건강상태와 추운 날씨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법원이 최종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신 총괄회장의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청인 신정숙씨는 법정 대리인(변호사)과 함께 출석해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 총괄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신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의 법률자문인 법무법인 양헌에서 맡는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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