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미래 경쟁력 지표인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중국 기업들에게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에서도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끼어 옴쭉달쑥 못하는 ‘넛크래커’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EU집행위원회가 발간한 연구개발 투자 스코어보드(R&D Scoreboard 2015)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 2013년 약 29조원에서 2014년에는 33조원으로 4조원 가량 늘어났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28조원에서 49조원으로 21조원이나 크게 늘렸다.
이로 인해 전세계 주요기업 R&D 투자에서 국내 주요기업들이 차지하는 투자 점유율 측면에서도 중국에 크게 뒤졌다. 지난 2013년 공시 기준으로 전세계 R&D 투자총액 5383억유로 중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3.8%에 달했다. 이는 중국 3.7%에 비해 0.1%포인트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이듬해 우리는 3.9%로 점유율을 소폭 늘였지만 중국은 5.9%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한편 일본의 점유율은 2013년 15.9%에서 2014년 14.3%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규모로 치면 약 120조원을 투자해 우리보다 3.6배, 중국보다는 2.4배 앞섰다. 전세계 상위기업 R&D의 38%를 차지하는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2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매년 전세계 R&D 투자 점유율을 매년 1%포인트씩 끌어올리는 추세”라며 “이 속도라면 2025년 전후에는 일본마저 역전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 까닭은 중국 정부가 일사분란하게 산업 고도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산업 고도화 전략’을 펼쳤고 이에 중국기업들은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작년 10월에는 5개년 계획 일환으로 ‘제조업 2025’ 정책을 발표했다. 과잉 중복 투자된 철강, 부동산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우주, IT, 자율자동차 등 신성장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특히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는 상위 2500개 기업 중 102개 중국 기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은 2013년 199개에서 2014년 301개로 늘어난데 반해 우리는 80개로 동일했다.
순위는 미국이 829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 360개, 중국 301개, 독일 136개, 영국 135개, 대만 114개, 프랑스 86개 순이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 중심 투자가 많았다. 우리 전체 R&D에서 이들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했다. 반면 일본은 상위 3사(도요타, 혼다, 닛산)가 차지하는 비중이 17%에 불과했다. 중국 역시 상위 3사인 화웨이, 페트로차이나, ZTE 비중이 23%에 그쳤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중국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주로 투자하는 자동차나 전자부문 기술력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다른 영역은 오히려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일본의 일부 부품을 수입하고 우리 부품을 사용해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팔면 중국이를 이를 완제품으로 유럽 등에 파는 식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기술력면에서 우위에 서게되면 한국 기업에 커다란 위협요인이 된다.
백은영 충남대 무역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R&D투자는 GDP 대비 꽤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한 상황”이라며 “지적재산권, 특허권 등 기술을 통해 얻는 수입은 OECD 34개국 중 최하위권이란 점에서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융복합 산업이 뜰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R&D의 상당한 부문을 차지하는 삼성 LG 현대차간 기술 교류는 없는 편”이라면서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하에 기술 교류도 많고 투자하는 범위도 넓어 단기적으로는 국내 상
한편 전 세계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 총액은 2014 회계연도 잣대로 약 6072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당시 연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약 849조3635억원에 달한다.
[이상덕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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