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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5번 대국에서 4대 1로 석패하면서, SNS 사용자들은 이세돌 응원의 멘션은 물론 수만가지 패러디물을 선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대국 내내 자신의 트위터에다 현장 상황을 생중계 했다.
알파고 첫 승의 소감을 인류의 달 탐사에 빗대며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썼다. 이후 이 9단이 4국에서 알파고를 누르자 “알파고가 실수했다. 이 9단의 네번째 대국 승리를 축하한다”고 게재하기도 했다.
이 9단이나 알파고나 신계(神界)의 바둑을 선보였지만, 인간계는 대국이 막바지에 이를 수록 이세돌 9단의 인간적 매력에 사로잡혔다.
4국 때 신의 한 수라 불린 이 9단의 흑78수 덕에 그는 신(God)과 이세돌의 조합어인 ‘갓세돌’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대국에서 알파고가 버그에 감염된 듯 이상한 수를 계속 남발하자, 머리를 긁적이는 이 9단 모습도 생중계됐다. 네티즌들은 이 모습을 짤막한 영상으로 만들어 SNS상에 배포했고 ‘세리둥절’(이세돌+어리둥절)이라는 제목도 붙여줬다.
한 방송사가 이번 대국을 앞두고 이세돌 9단 다큐멘터리를 찍어 방영한 뒤 뒤늦게 걸그룹에 열광하는 바둑고수의 소탈한 모습이 전파를 탔다. 캡쳐된 화면은 SNS에서 재공유되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네티즌들은 “‘좋아요(Like)’를 남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웠다”고 반응했다.
다섯번째 대국 때, 딸 혜림 양 응원 뽀뽀를 받은 사진은 대국이 끝난 다음날 대부분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이 사진도 SNS에 퍼져나가며 ‘딸바보’(딸을 무척 사랑하는 아빠) 를 자처한 이 9단의 따뜻한 모습을 느끼게 했다.
바둑계에서 ‘입신 경지’에 올랐다던 이 9단에게 이처럼 인간의 향기가 풍겨오자 네티즌들은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이 9단이 첫승을 거뒀을 때 전날 이 9단이 3연패를 당하며 한 말인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알파고가 패한 것이지 인공지능 기계가 진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승리가 아니라 이세돌의 승리”라고 패러디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알파고는 패배 후 전자담배를 물고 있을 것”이라는 재치있는 글도 SNS에 나돌았다.
사람들은 알파고가 연이어 승리를 거둔 당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 아닌가”란 우려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9단의 승리로 이러한 우려보다는 인간 지능의 위대함, 인공지능의 발달상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는 네티즌들도 늘었다.
국가적으로 공동 관심사가 생긴만큼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집중적으로 이어져야한다는 것이
알파고와의 대국이 마무리되면서 최근 온라인 게시판,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서 이세돌 사진이 이모티콘 대신 애용되고 있다. 이 9단의 어린시절 모습, 미공개 가족사진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누리꾼들은 전 연령을 아우르는 아이돌처럼, 이세돌 팬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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