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중견기업에 불과한데 카카오는 재벌이다?’
공정위는 매년 4월 초가 되면 해외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들의 ‘자산총액 5조원’을 기준으로 대기업 집단을 선정한다. 이른바 ‘재벌’로 불리우는 대기업 집단에 선정되면 상호·신규 출자가 금지되고 지주회사 설립이 제한되는 등 지배구조 상에 제약이 가해진다. 또한 채무보증 제한, 내부거래 공시 등 영업활동과 관련해서도 상시 감시를 받게 된다.
문제는 ‘국내 계열사 자산총액 5조원=대기업집단’이란 시대에 맞지 않는 단일 잣대를 기업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IT업계 1,2위인 네이버와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자산이 2172억원에서 2조7680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이후 카카오택시 출범 등 사업을 계속 확장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이 3조2000억원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3월에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와 국내에서 영업하는 45개 법인과 자산까지 모두 합치면,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산총액 5조원이 넘기 때문에 카카오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는 셈이다.
반면 IT업계 1위인 네이버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국내 계열사 자산총액이 5조원에 못미치는 3조원 후반에서 4조원 초반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라인 등 네이버가 주력하고 있는 해외법인을 포함시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회계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라인의 자산총액은 1조3000억원. 이에 더해 라인플러스 등 기타 자회사까지 합치면 네이버의 총 자산총액은 5조6000억원까지 늘어난다. 해외법인을 포함시키게 되면 네이버가 카카오에 비해 자산규모가 훨씬 더 큰 회사인데 네이버는 중견기업,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대기업 집단지정을 심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결재무제표를 따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데 옛날 방식대로 개별 재무제표를 합산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며 “기준을 새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해당 기업집단의 모회사와 종속회사의 개별 재무제표를 일일이 살펴본 다음 이를 합산한 총액이 5조원을 넘느냐를 기준으로 대기업 집단을 선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네이버가 자회사인 라인과 거래한 내역이 중복으로 자산으로 잡히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네이버가 라인과 거래해 매출이 발생하게 되면 라인은 매출채권을 얻게 되서 자산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내부거래’로 인한 회계부풀리기를 위해 도입된 것이 2011년 IFRS. IRFS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한 회사로 취급해, 내부거래로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하는 이른바 ‘연결재무제표’를 더욱 중시하는 회계 기준이다. 실제로
오승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 경제력집중과 독과점 논란을 막기 위해 생긴 게 대기업 집단 제도”라며 “해외법인까지 고려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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