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가 뇌를 형성하는 신경줄기세포를 죽여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대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로부터 얻은 사람의 신경줄기세포를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더니 지카 바이러스가 신경줄기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내용은 10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이후 태아의 소두증 의심사례 보고가 덩달아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소두증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 간 연관성이 계속 제기됐지만 실제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것은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했다.
연구팀은 신경줄기세포를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로부터 얻은 바이러스에 감염시켰다. 아무런 바이러스 감염도 없는 대조군과 비교했더니 바이러스에 감염된 신경 줄기세포는 3일만에 모양이 변하는 등 이상이 생겼다. 6일이 지나자 신경 줄기세포의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 등에서 지카 바이러스 입자가 다량 발견됐다. 이후 신경 줄기세포의 핵이 변하다 터지면서 결국 세포는 죽어버렸다.
연구팀이 신경 줄기세포로 뇌 유사조직(brain organoid)을 만들어 지카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더니 역시 세포가 죽어버리면서 뇌의 성장률이 40%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아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소두증이 발생한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된 것이다. 반면 연구팀이 아무런 바이러스에도 감염시키지 않은 대조군은 뇌 유사조직이 제대로 성장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지카 바이러스처럼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플라비바이러스의 일종인 뎅기열 바이러스도 실험했다. 그 결과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조직은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뇌 유사조직의 성장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소두증은 지카 바이러스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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