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등 주요 부실 업종 중 정부와 채권단이 가장 시급한 구조조정 업종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단연 해운업이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의 추가 자금지원으로 회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채 등 사채권자들의 채무만기 연장, 회사와 용선주들간 용선료 인하 협상 등 정부의 개입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이르면 이달 안에 성공적으로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지만 7월까지 협상이 마무리된다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 폐기라는 특단의 카드를 쓸 계획이다.
1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15년 한해동안 현대상선이 용선료로 쓴 비용은 1조 8793억원이다. 전년도 2조1165억원에 비하면 약간 줄었지만 여전히 1년 매출액의 3분의 1 가량을 용선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해운사가 배를 운용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다. 배를 직접 소유(사선)하거나, 해외 선주들에게 배를 빌려 쓰는 방식(용선)이다. 전자의 경우 초기 구입비용이 크게 들지만 한번 소유하게 되면 큰 부담없이 자체적으로 배를 쓸 수 있다. 후자는 초기비용은 없지만 업황 사정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우 IMF 시절 보유하고 있던 배를 팔고 용선 위주로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경영난을 사선 매각으로 극복하면서, 부침이 많은 해운업 시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금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바로 용선다. 해운업 호황일때 용선 계약을 하다보니 현재 시세보다 5배가 넘는 살인적인 용선료가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없이 추가 지원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현대상선은 지난 2월 중순 해외로 나가 직접 선주들을 만나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였다. 용선주 가운데 가장 많은 13척의 배를 빌려 준 그리스 해운사 다나오스를 비롯 영국계 해운사 조디악 등과 1차 협상을 벌였다. 1차 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현대상선 협상단은 용선주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용선주들이 용선료 재협상 외엔 갈 데가 별로 없다”며 “용선료 협상이 안되면 법원으로 간다는 생각을 갖고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당부분 큰 그림은 맞춰졌는데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할 것이 많다”며 “4월말, 늦어도 5월 중순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선료 인하 수준과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최소 20~30% 이상이 되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대상선은 매년 2000억원 가량 절감효과 볼 수 있다.
용선료 인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건 한진해운도 마찬가지다. 한진해운은 현재 컨테이너 60척, 벌크선 32척 등 총 92척에 대한 장기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조 46
[정석우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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