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이 인간 및 동식물 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하는데 사용되는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보다 좀 더 정밀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인간이나 동식물의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가 있는 DNA를 잘라내는 효소다. 교정하려는 DNA를 찾아내는 ‘가이드 RNA’와 DNA를 잘라내는 ‘Cas9 단백질’로 이뤄진다. 가이드 RNA가 교정할 부위의 DNA에 달라붙으면 Cas9 단백질이 DNA 이중나선의 두 가닥을 모두 잘라낸다. 그리고 잘린 DNA 사이에 다른 DNA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유전자 교정이 이뤄진다. 마치 나란히 놓여있는 철도 선로를 교체할 때 양쪽 선로를 똑같이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
완벽해 보이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도 단점은 있다. 유전자 가위가 교정하려는 부위가 아닌 다른 부분을 자를 수 있고 교정 과정에서 DNA를 구성한 일부 염기가 사라지거나 갑자기 추가될 수도 있다.
DNA 전체가 아닌 DNA를 이루고 있는 뉴클레오티드에 돌연변이가 생겨 이를 교정할 경우에도 기존 유전자 가위 기술은 부적합하다. DNA는 염기, 당, 인산으로 구성된 수없이 많은 뉴클레오티드가 모인 형태로 이뤄져있다. 뉴클레오티드 하나에 이상이 생겼다고 DNA 전체를 교정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한쪽 선로에만 이상이 생겼다면 해당 부위만 교체해주면 된다. 굳이 반대편 선로까지 새것으로 갈아끼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의 데이비드 류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에 활용되는 Cas9 단백질에 유전자 변형을 가해 DNA 이중나선 중 한 가닥만을 자를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연구팀은 DNA를 이룬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네 개의 염기 중 시토신(C) 만을 티민(T)으로 바꿔줬다. 기존 DNA 전체를 편집하던 유전자 가위 기술에 변형을 가해 유전자를 이룬 염기를 편집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연구팀은 배양한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알츠하이머와 유방암을 일으키는 단일 뉴클레오티드 돌연변이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성과는 21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허준호 연구위원은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기존에 사용하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기술로 기존 기술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연구위원은 “DNA의 대규모 교정이 필요하다면 기존 방법을 사용하면 되고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
허 연구위원은 “DNA 구조인 ‘뼈대’를 건드리지 않고 교정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뼈대를 건드리지 않고 정밀 교정에 성공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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