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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28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주들에게 보낸 창업자들의 편지(Founders’ Letter)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매년 주주들에게 최근 주요 성과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은 창업자들의 편지를 보내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피차이 CEO는 편지에서 “미래에는 현재의 다양한 기기들이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모바일 기기 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똑똑한 비서(Intelligent assistant)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언급은 ‘디바이스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커다란 스크린이 있는 컴퓨터를 활용해 정보를 얻다가 불과 몇 년전부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의존하는 게 일상화됐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물리적 기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퍼스트’ 선언은 지난 2010년 ‘모바일 퍼스트’를 화두로 내세운 이후 6년만의 대전환이어서 주목된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선 변경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말 방한한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5년 뒤에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이 헬스케어, 교육 등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자동차를 예로 들며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피곤하거나 술을 마셨을 때를 포착해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한다”며 “그럴 때 무인자동차가 운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달에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글로벌 미디어 간담회에서 ‘러닝머신(기계학습)’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AI 퍼스트’로의 이행 작업을 구체화했다. 당시 구글은 “머신러닝 등 각종 인공지능 기술을 구글포토와 구글번역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제 구글은 머신러닝 기술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을 자사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화두로서 주주 앞에 내건 것이다.
피차이 CEO는 인공지능이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데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은 기후 변화 , 암 진단 등 더 큰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벌였던 세기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 영역이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피차이 CEO는 “알파고는 인간이 개발한 가장 복잡한 게임인 바둑에서 현존하는 최고 기사인 이세돌을 이긴 첫 프로그램이었다”며 “이번 승리는 (인공지능의 승리가 아니라) 인류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동안 창업자들의 편지는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작성했는데, 올해는 구글 CEO를 맡고 있는 선다 피차이가 썼다. 피차이 CEO에 대한 창업자들의 신뢰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레이 페이지
[안정훈 기자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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