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은 입,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위장관 부위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흔히 대장질환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주로 대장 부위에 국한해 염증과 궤양이 생기는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입에서 항문까지 장관 어디나 병변이 있을 수 있으며,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한다.
크론병으로 작년 한해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1만 8000여명에 달한다. 20~30대 환자가 총 진료인원의 절반이고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는 “크론병은 관절염, 발진 등 전신 증상이 있을 수 있다”며 “소장과 대장의 연결 부위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대장, 회장, 돌창자 말단부, 소장 등에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크론병이 생기는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유전적 요인, 면역학적인 요인,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2000년대 이후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서구식 식습관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크론병은 특히 흡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론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물과 같은 설사, 복통, 열, 그리고 체중 감소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부터 증상이 거의 없는 환자까지 환자에 따라 증상 종류와 심한 정도가 매우 다양하다. 치료법은 증상과 염증을 완화하고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 환자 상태에 따라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약제치료를 시행한다. 환자상태에 따라 수술을 하기도 한다.
보통 크론병을 스트레스가 심한 ‘젊은 남성 직장인’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환자의 약 15%가 19세 미만의 소아청소년일 정도로 어린 환자가 많은 질환 중 하나다. 특히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는 설사와 염증, 식욕부진 등으로 영양 흡수가 충분치 않아 성장부진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의 10~40%가 성장부진을 호소한다.
서정완 교수는 “성장 지연과 사춘기 지연 등으로 진료실을 찾았다가 크론병을 진단받는 일도 있다”며 “급성 복통이 호전된 후에 심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있을 때 이를 간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녀가 △또래보다 눈에 띠게 갑자기 성장 속도가 늦어지거나 △체중이 의도하지 않게 감소할 때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가 늦어질 때는 아이에게 설사나 복통이 있는지 대화해 보고, 증상이 있다면 소아 크론병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이밖에도 항문주위에 덧살이나 종기가 생길 때도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조기에 크론병을 발견해 치료하면 합병증 발생을 낮출 수 있고, 합병증이 생겼더라도 더 좋은
크론병은 소아·청소년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투여하는 영양치료가 필요하다. 복통이나 설사로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장에서 영양소 흡수력이 떨어지므로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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