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동주·동빈 형제 간 긴장감이 팽팽하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검찰 수사로 그룹이 어수선하지만 해외 출장 중 입국하지 않은 채 곧장 일본행을 택했다. 그만큼 이번 주총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중요함을 보여준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친 후 지난 16일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25일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대비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주총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건의로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또 한번의 형제간 표 대결이 이뤄진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전체의 지주사 격인 곳으로, 이 회사를 장악하면 사실상 롯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이미 두 번의 표 대결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7.8%를 가진 종업원 지주회는 모두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도 이변이 없는 한 주주들은 신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A증권사 한 연구원은 “이미 신 회장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대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업원지주회의 독특한 의결권 행사 방식 역시 신 회장의 승리에 힘을 실어준다. 종업원 지주회는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지주회 이사장에게 단독 위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표 대결 상황이 벌어질 때 종업원지주회 이사장 한 명만 끌어들이면 현재 경영권을 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만 검찰 수사란 돌발변수가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에게 부담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검찰 수사를 빌미로 신 전 부회장은 어느 때보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룹의 위기를 신 회장의 책임으로 몰아 대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의 일본행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주총 전 주요 주주들과 만나 검찰 수사와 관련된 주요 의혹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불투명해진 호텔 롯데의 상장 시점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주주들에게 확신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표 대결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아야 오는 9월, 12월 잇달아 열리는 주총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원(one)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일본에서 주총에 집중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검찰 수사로 그룹의 내상이 심각한 가운데 신 회장이 일본행을 택한 것은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의 국부유출 문제가 불거지고 국적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 회장이 국내에 부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반롯데 정서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는 시각때문이다.
또 비자금 형성은 물론 각 계열사별로 백화점식 의혹이 쏟아지며 동요하는 롯데 직원들을 달래 줄 수장의 빈자리 역시 커 보인다. 현재 검찰은 롯데케미칼 전 간부를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하는 한편, 계열사별 임원진들을 줄줄이 소환하고
재계 한 관계자는 “뒤숭숭한 그룹 내부 직원들을 다독여줄 총수의 카리스마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불만 끄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다”며 “반롯데 정서가 팽배해진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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