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루스란(가명)은 생후 2개월에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루스란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한다고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우즈베키스탄에는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루스란은 모유를 먹지 못할 정도로 숨쉬기를 힘들어했고, 얼굴과 손에는 늘 파란빛이 돌았다. 루스란의 어머니는 양육을 거부한 남편을 떠나 친정의 도움으로 아이의 치료와 생계를 이어갔다. 한 달에 절반 이상을 병원에서 보내면서 계속된 치료에도 루스란의 상태는 나아질 수 없었고, 생후 2년이 되도록 단어를 말하지 못할 정도로 발달이 느렸다.
이런 루스란에게 기적이 찾아온 것은 루스란이 3살이 되던 해였다.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러 집에서 자동차로 4시간이 걸리는 타슈켄트 병원을 다녔는데, 한국에서 의료진이 방문해 소아심장수술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한 것이었다. 당시 수술을 신청한 수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특히나 상태가 좋지 않았던 루스란은 2012년 5월 26일 김웅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부센터장)에게 수술을 받았다.
4년 만에 김웅한 교수를 다시 만난 루스란은 같은 또래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발그레한 양 볼에 장난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루스란의 어머니는 타슈켄트 소아의료원에서 만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연구진에게 아이가 현재 보통 아이들과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성장했고, 친구들과 곧잘 뛰어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이종구 센터장)는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소아의료원에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10명을 수술하고 현지 의료진에 수술기술을 전수했다. 더불어 중저소득국 의료진의 소아심장수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됐다.
이번 의료봉사기간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어린이 184명이 심장초음파 검진을 받았고, 그 중 위급한 상황에 있던 어린이 10명이 우선적으로 선정돼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한국 의료진 12명과 현지 의료진 4명으로 구성된 수술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소아심장수술 관련 활동은 2010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시작했고, 2015년부터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주관으로 지속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 병원에서의 수술 시행은 2011년에 시작됐다.
올해는 다양한 폐정맥환류이상 환자와 유아 환자처럼 고난도의 수술 기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 대한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팀을 이끈 김웅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수년간의 수술기술 전수로 현지 의료진의 자체 역량이 어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어려운 수술이 가능했다. 수술 수준을 높이려는 현지 의료진의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국 의료진의 열정이 컸던 만큼 더 많은 아이들에게 수술 받을 기회를 주지 못한 안타까움도 크다. 타슈켄트 소아의료원의 공고를 보고 어린이 184명이 수술을 신청했으나 시간과 의료장비의 제약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 있는 어린이 10명만이 우선적으로 선정돼 수술을 받았다. 김웅한 교수는 “고난도의 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부족하고 물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김웅한 교수가 이끈 수술팀의 한국 의료진은 서울대병원, 부천세종병원, 단국대병원, 삼성의료원 등 4개 병원 소속의 흉부외과, 소아과, 마취과 의료진 12명으로 구성됐으며, 해당 의료진들은 바쁜 진료 일정에도 개인 휴가를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또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연구진 4명이 동행해 현지 수술의 효과성 연구를 진행하고 수술팀 활동을 지원했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연구진은 지난 4월 몽골에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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