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2조원을 까먹게 된 것은 덤핑수주가 아니라 과당수주가 문제였습니다. 이런 손실이 귀중한 경험으로 녹아있습니다. 앞으로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말이다.
박 사장은 서울대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DRC)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후원한 플랜트엔지니어링산업 발전포럼에서 최근 이 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포럼 발표자나 패널이 아니었고 방청객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마이크가 돌아오자 이 같이 진솔한 자기반성의 말을 쏟아냈다.
박 사장은 플랜트·엔지니어링 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것은 무리한 수주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온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에서 30여년 이상 근무하고 부사장까지 역임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에서 조선플랜트 설계를 담당한 경력이 있다. 2013년 8월부터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아 위기 속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1조원 정도 수주하던 회사가 수주가 12조원 수준으로 단기간에 급격하게 늘었었다”며 “과당‘경쟁’보다는 역량에 맞지 않은 과당‘수주’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사장으로 있다고 해도 견적금액의 2~3% 정도는 깎을 수 있겠지만 10% 씩은 깎지 못한다”며 덤핑수주를 의도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대형 프로젝트들이 많은데 수주량이 10배로 늘어났다”며 “제대로된 인력 대응이 되지 않다보니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플랜트분야는 발주처가 우리보다 더 높은 기술 수준을 갖고 있는 산업”이라며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교량·철도·항만 건설 등은 토목공학과·건축공학과 출신이 주도하지만 플랜트는 기계공항·화학공학·전기공학·전자공학·재료공학·산업공학 등 공대에 있는 모든 학과가 모여야 가능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런 다양한 산업을 내부적으로 어떻게 최적화시킬 것인지에 역량을 모아야 한
박 사장은 “석유화학 분야는 여러 경험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플랜트산업은 할 수 있는 분야 중심으로 차분히 나아가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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