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데이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그 자체의 가치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급 분석을 적용해 기계에 인간과 같은 지능(인공지능)을 부여하면 데이터로부터 깊은 통찰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말을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와 같은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듣는다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전통 반도체 회사 개발자대회에서라면 상황이 다르다. 인공지능 기술이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을 넘어 반도체, 서버 등과 같은 인프라스트럭처 영역까지 깊게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SW에 이어 컴퓨팅 역사에서도 ‘인공지능’ 시대가 개막됐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 연례 개발자대회(IDF16) 이틀째 주제는 ‘인공지능’이었다. 이날 이언 브라이언트 인텔 데이터센터그룹 수석 부사장 기조연설에서 고성능 기계학습(머신러닝)과 심화학습(딥러닝) 활용에 초점을 맞춘 차세대 CPU(중앙처리장치) 프로세서(제온 파이 : 코드명 ‘나이츠밀’)을 공개했다. 나이츠밀은 대용량 분석을 빠르게 처리하는데 최적화돼 있다. 한마디로 차세대 ‘인공지능 칩’이다. 브라이언트 수석 부사장은 “내년에 출시될 나이츠밀은 이전 세대 제품에 인공지능을 더해 최적화된 성능을 만들어낼 것이다”고 말했다.
인텔이 ‘인공지능 칩’에 올인한 것은 데이터가 급속히 늘어나는데 비해 이를 처리하는 칩, 서버 등 인프라스트럭처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커넥티드카에서는 매일 4테라바이트(TB) 데이터가 생성되고 커넥티드 공장에서는 1페타바이트(PB) 분량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1페타바이트는 MP3 플레이어에 담긴 음악을 다 듣는데 2000년 걸리는 분량이다. 하지만 이를 처리하는 칩과 서버 속도는 느린 편이다. 인텔은 인공지능 기반 칩과 서버 분야에서 ‘생존’의 방법을 찾기로 한 셈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칩 제조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1만2000명을 감원했다. 회사 중심을 ‘PC와 스마트폰’에서 사물인터넷(IoT), 5세대 이동통신(5G), 서버(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와 가상현실(VR)을 실제와 연결시키는 융합현실, 그리고 드론, 자율운행차 등 ‘뉴디바이스’로 바꾸고 전환하는 중이다.
거대한 데이터를 전송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 거리에서 초당 100기가비트(Gb)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광학 트랜시버(transceiver·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기기)도 정식 출시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구리선이 아니라 빛과 레이저를 사
[샌프란시스코 = 손재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