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야당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향세(고향기부금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면서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특정 지자체의 세금을 다른 지자체로 옮기는 것이 조세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은 법안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향후 고향세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정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향’과 ‘세금’ 개념을 어떻게 정하고, 혜택수준을 어느정도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고향세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면서 그에 따른 세제에 대한 영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고향의 정의가 태어난 곳을 뜻하는 지 아니면 본적지를 뜻하는 지, 고향에 기부를 하자는 취지인 지 아니면 고향에서 만든 생산품을 사주겠다는 것인지 등 명확한 개념정립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 인센티브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 제도의 활성화 정도와 세수 영향이 달라질텐데 이 모든 것을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10년 고향세 관련 보고서에서 ‘고향’ 정의와 관련해 “납세자 의사를 존중해 납세자가 선택하는 곳으로 정의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 지역에 납세를 하면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에 대한 선거권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득세는 주민이 속한 지자체의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한 재원으로 쓰이는데 고향에 돈을 기부한 대가로 이를 감면받을 경우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향세 도입은) 특정 지역의 조례가 다른 지역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방자치 원칙과 상충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지자체가 기부의 대가로 농축산물이나 수산물을 보내주는 경우 그 금액이 커지면 이것을 기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대가없이 내는 것이 기부인데 기부를 1000만원 했다고 500만원어치 고기를 보내주면 기부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일본식 고향세 논의는 지자체에 기부를 하자는 것인지, 지자체 농수산물을 사주자는 것인지 등 향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입법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현재 기존 제도상으로도 개인이 지자체에 기부할 경우 15% 세액공제 혜택(3000만원 초과분은 25%)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고향세를 도입할 경우 기존 세제와 모순이 되지 않도록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고향세 주장이 수도권 규제 완화처럼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이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라는 대의를 내세워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고향세가 지역 간 재정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지에 대해 정교한 분석과 검토가 있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