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보다 키가 유난히 작은 저(低)신장 어린이에게 성장호르몬을 약 200일간 투여하면 키가 5㎝가량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860일 동안 사용하면 20㎝ 정도 성장하지만 6개월 이하로 짧게 쓰면 키 성장에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2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인제대 약대 천부순 교수팀이 2013∼14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저신장 어린이 428명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저신장은 같은 연령·성별에 따른 표준치보다 300분위수(100명 중 앞에서 세 번째) 미만을 의미한다. 또래 100명을 일렬로 세웠을 때 키가 가장 작은 2~3명이 저신장이다.
연구팀은 저성장 어린이에게 각자의 체중 ㎏당 0.15∼0.39㎎의 성장호르몬을 매주 투여했다. 이번 연구에서 성장호르몬 치료효과는 사용기간이 길수록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적어도 6개월 이상 투여해야 효과가 나타났다.
성장호르몬을 1년 이내(평균 208일) 투여하면(평균 나이 9.5세) 약 5㎝, 1년 넘게(평균 623일) 투여하면(평균 나이 9세) 약 14㎝ 자랐다. 성장호르몬 치료를 3년 이상 받은 어린이는 모두 4명(여아)이었다. 이들이 성장호르몬제를 투여 받기 시작한 나이는 평균 9.2세였고 당시 키는 128㎝였다. 성장호르몬을 평균 3.1년 투여 받은 후 이들의 키는 약 22㎝ 자랐다.
일반적으로 키 성장속도(1년간 자라는 키)가 4㎝ 미만이면 병적(病的)인 저신장으로 분류된다. 성장호르몬을 1년 넘게 투여 받은 남아의 키 성장속도는 1년 이하로 사용한 남아보다 1㎝ 빨랐다. 성장호르몬 투여 기간이 1년을 넘으면 투여 햇수에 비례해 성장속도가 특별히 빨라지진 않았다. 3년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어린이의 키 성장속도는 약 7㎝였다.
천부순 교수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빨리 시작할수록, 성장호르몬 투여기간이 길수록, 성장호르몬 투여 시점에 잰 키가 유난히 작을수록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은 원칙적으로 병적인 저신장이다. 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 사춘기가 늦게 시작돼 발육이 지연되는 체질적 저신장 등은 정상적인 저성장으로 분류된다.
어린이의 성장장애 치료를 위해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거의 60년에 이른다. 인체 성장호르몬제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을 전파한다고 알려지면서 1985년에 사용이 금지됐다. 바로 그 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성장호르몬제(소마트로핀)가 개발됐다. 소마트로핀은 어린이의 근 골격·결합조직·장기의 성장을 촉진한다. 인슐린
이번 연구결과(소아의 키 성장에 대한 성장호르몬의 치료효과)는 약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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