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을 정리하는 키워드는 ‘서프라이즈’다. 당초 올해 수상자는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중력파의 실체를 확인한 로널드 드리버 캘리포니아공과대 물리학 명예교수, 같은 대학 킵 손 명예교수,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 명예교수 등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은 중력파 연구가 아닌 ‘위상학’에 기여한 3명의 교수에게 돌아갔다. 수상 결과도 의외인데다 위상학이라는 분야도 낯설기 때문에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결과를 보다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각자 구멍의 수가 다른 3개의 빵을 동원해 위상학 설명에 나선 것.
스웨덴왕립과학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사우리스(82)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던컨 홀데인(65)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코스터리츠(74) 브라운대 교수를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위상학이라는 수학적인 도구를 이용해 물질의 변화를 추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위상학은 극히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분야라 일반 대중에게는 낯선 분야다.
때문에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자 발표를 맡은 노벨위원회의 이론물리학자 토르스 한스 한손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그는 “위상학 개념에 대해 대중들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내 점심을 가져왔다”며 빵을 꺼내들었다. 자연스레 둥근 시나몬빵, 가운데에 구멍이 1개 뚫려 있는 베이글, 2개의 구멍이 있는 프레첼로 시선이 쏠렸다. 그는 “이 빵들은 맛과 모양 등 여러 가지 특성이 다르지만 위상학에서는 ‘구멍의 수’라는 딱 한 가지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구멍의 수는 세 물질의 위상 차이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3가지의 빵은 서로 다른 물질로 분류된다. 즉 도넛과 베이글은 우리 눈에는 다르게 보이지만 ‘구멍이 하나’라는 점만 놓고 보면 위상학적으로는 같다는 얘기다.
기존 위상학에서 볼 때 구멍이 없는 시나몬빵이 구멍이 하나 있는 베이글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사제 지간인 데이비드 사울레스와 마이클 코스털리츠 교수는 저온상태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기존 이론을 뒤집는 논문을 1972년에 발표했다. 덩컨 홀데인 또한 초전도체를 지나가는 자기장 흐름의 양이 정수의 배수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위상학에 기여했다.
세 교수의 연구는 무려 40년 전에 완성된 것이다. 다만 수십년 전의 발견일지라도 오랜 기간 검증과 반론을 거쳐 학문적 성과로 인정을 받으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는 게 노벨위원회의 입장이다.
노벨위원회는 “세 과학자는 초전도체, 초유동체, 초박막 자기필름과 같은 ‘별난 물질(exotic m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에게는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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