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극동아시아 지역 여성에게 5배 가량 많이 발생하는 희귀 폐종양인 경화혈관종(Pulmonary sclerosing hemangioma)의 발생 과정이 최초로 규명됐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정연준, 이석형, 정승현 교수팀은 폐 경화혈관종의 발생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환자의 종양조직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해 유전체의 변이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폐암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AKT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폐 경화혈관종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NAS)이 발행하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IF 9.809) 최신호에 게재됐다.
폐에서 생기는 경화혈관종은 폐암과 같이 폐의 상피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발생기전이 공통적일 것이라고 추정됐다. 그러나 전장 유전체 변이 양상은 알려진 바가 없었고, 아시아 여성에게 주로 발생해 여성 폐암과 유전적으로 감별이 어려웠다.
폐 경화혈관종 환자 68명(여성이 91%)을 분석한 결과 46.6%의 환자에서 종양유전자로 알려진 AKT1 돌연변이가 발견됐으며 β-catenin 돌연변이도 4.5%에서 검출됐다. AKT1 돌연변이를 갖지 않는 경화혈관종 환자들 중 두 명 환자에서는 ATK1 유전자의 복제수(copy number)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폐 경화혈관종를 구성하는 상피세포와 간질세포 중 어떤 세포가 진정한 종양세포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상피세포 및 간질세포를 각각 따로 분리하여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상피세포 및 간질세포 두 가지 세포 모두 AKT1 돌연변이를 갖는 종양세포임을 확인했다. 즉, 경화혈관종 발생의 대부분이 AKT1 및 β-catenin 돌연변이 이외에 다른 견인변이가 발생하지 않고, AKT1 돌연변이가 경화혈관종 발병에 단일 견인인자임을 규명한 것이다.
이석형 교수는 “폐암은 암 중에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폐에서 생기는 다른 종양 및 염증성 병변과의 감별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여성에서 폐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점 또한 폐암과 경화혈관종의 발병기전 감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바들을 더 검증하고 생물학적 기능을 연구하면 폐암의 감별 진단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폐 경화혈관종과 혼돈되기 쉬운 폐암은 전체 암 사망의 22.6%를 차지하며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질환이다. 또한 10년 전인 2005년(인구 10만명당 28.2명)에 비해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선도연구지원센터인 가톨릭의대 MRC 암진화 연구센터의 지원하에 이뤄진 것으로 유전체학, 병리학, 생물정보학 전문가들의 협업연구의 시너지를 보여준 사례이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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