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상최저 수준인 연 1.25%의 한국 기준금리가 더 인하될 여력이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참석 중인 유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마이너스금리까지 동원한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룸(인하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가 ‘제로’ 수준에 근접해 있는 반면 국내 금리는 아직 이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단순 논리로 따지면 공간이 있다는 것”이라며 “금리 결정은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금통위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덧붙여 원론적 입장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리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국 기준금리도 인상기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국내 일각의 전망에 대해 정반대의 시각을 보인 것이라 주목된다.
지난 9월 FOMC에서올 연말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이후 국내에서는 폭증하는 가계부채 문제와 겹쳐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가 벽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때문에 8월 중순 1.2%대 초반까지 내려갔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상승을 거듭해 1.3%대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와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을 근거로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말해 유 부총리와 온도차를 보였다. 이 총재는 나아가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라며 경기부양에 있어 재정 역할론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가 조만간 발표할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관찰대상국의 세 가지 주요 기준 중 대미 무역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부분에서 한국이 기준을 넘은 만큼 관찰대상국에서 빠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나머지 기준인 ‘환율시장의 일방향 개입 여부’는 미국 재무부에서는 한국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한편 내년에는 교역량 회복 등으로 3%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면서 국제교역 자체가 줄어든 것이 수출 부진의 원인”이라며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 것이고 현 상황이면 3% 정도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IMF는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3.0%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내년에도 3% 성장률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돼 왔다.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에 대해 유 부총리는 “해운업과 조선업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달 말 쯤 발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다음 중요한 부분이 공급과잉 업종”이라며 “지난 번 발표한 큰 방향으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도록 정부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방지법의 시행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유 부총리는 “봐야 할 것 같다”며 “특정 부분에 (영향이) 집중된다면 정부로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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