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웠던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일반 환자들과 똑같이 살고자하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던 잡스의 생전 모습이 선합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의 췌장암 수술과 생체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며 그와 동고동락했던 제임스 이슨 교수(James D. Eason·55)가 지난 21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제임스 이슨 교수는 이날 대한민국학술원이 ‘간이식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간이식의 미래’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세계에서 생체 간이식을 가장 많이 시행하고,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외과 석좌교수(학술원 회원)를 만나기 위해 지난해 9월 방한한 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 한국 방문이다.
이슨 교수는 “의사로서 스티브 잡스의 질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그러나 죽음을 앞둔 스티브 잡스의 인간적인 면모는 일반 환자와 다를 바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슨 교수는 현재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감리교계열의 메소디스트대학병원(methodist university hospital)의 외과 이식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2009년 스위스에서 스티브 잡스의 생체 간이식을 집도해 유명세를 탔다. 2004년에는 스티브 잡스의 췌장암 수술을 집도했다. 이 때문에 이슨 교수는 애플이라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기업을 일궈냈지만 병마와 싸워온 ‘인간 스티브 잡스’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인물로 주목받아왔다.
스티브 잡스는 간이식 수술 후 2011년 10월 사망하기 전까지 아이패드, 아이폰에 이어 크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간 이식 수술 이후 췌장암이 간으로 재전이돼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간이식 수준과 관련해 이슨 교수는 주저없이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이슨 교수는 이승규 석좌교수와 친분이 두터워 지난해 첫 한국 방문때에도 3주간 머물며 학술교류를 한 바있다. 세계 최초 간이식은 1963년 미국 토마스 스타즐 박사가 했고 국내는 1988년 김수태 서울대병원 교수팀이 만성 간부전 환자(소녀)에게 뇌사자 간이식을 처음 실시했다. 뇌사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주는 ‘생체 간이식’은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간이식팀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이승규 교수팀은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 부터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옮겨붙이는 ‘2대 1 생체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고 현재 4350례 이상의 생체 간이식을 시행해 세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에게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기능을 극대화하여 간이식 성공률을 90%대이상으로 끌어올린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의료진도 이승규 간이식팀이다. 이식환자의 생존율은 1년 97%, 3년 89%, 5년 88.5%이다.
제임스 이슨 교수는 “그 동안 간이식은 사체 기증자(뇌사자)에 의존해왔지만 생체 간이식술 및 변형우엽 간이식을 개발한 이승규 박사팀이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고 있다”며 “경험상 한국의 간이식술은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소 건강한 간을 지키려면 절주, 백신접종과 함께 지
제임스 이슨 교수는 테네시주립대 의과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의과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이식외과에서 펠로우로 근무했으며, 세인트 토마스병원, 메소디스트대학병원 등에서 20년 넘게 이식임상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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