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LG화학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빠른 보폭으로 신사업 수는 늘리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이나 전망이 뚜렷하게 좋은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LG화학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그린바이오에 진출한 데 이어 레드바이오에까지 진출한 것이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농자재, 제약, 수처리까지 4개 분야의 신사업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문제는 신사업 중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분야가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나 바이오 모두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LG화학은 아직까지 이들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거나, 확실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에서 바로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긴 시간 동안 여러 분야에 투자한 LG화학이 아직까지 ‘대박’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번에 흡수하는 LG생명과학에 연간 1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LG생명과학이 자체적 수익으로 R&D 투자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779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했지만 영업이익은 261억원에 불과하다.
상장사인 LG생명과학이 R&D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경쟁사들보다 영업이 약해서다. LG생명과학은 약을 개발하는 데는 투자를 많이 했지만 만든 약을 파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사가 만든 약의 국내 판매를 외국계 제약사에 맡긴 적도 있을 정도다. LG생명과학은 자사의 당뇨병 치료제의 국내 판매 파트너를 올해 초 사노피에서 대웅제약으로 바꿨고 이에 반발한 사노피와 법정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그린바이오 사업도 아직 수익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동부그룹으로부터 팜한농을 인수했다. LG화학에 인수된 뒤 팜한농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팜한농 관계자는 “LG화학에 인수된 뒤 창고에 있던 부실 재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며 “내년부터 실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화학이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그린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역시 당분간 계속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업계는 LG화학이 팜한농을 인수한 것을 두고 글로벌 화학회사인 듀폰, 바스프처럼 그린바이오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정작 팜한농은 농약 원재료 중 일부를 듀폰과 바스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가장 오랜 기간 투자를 이어온 전기차 배터리도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지난 2009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진출했다. 올해로 8년째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LG화학의 신사업 중 가장 먼저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배터리 사업은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중국 내 생산설비를 연산 8만기가와트시(GWh) 규모로 갖춰야 한다는 새로운 모범인증 기준을 발표했다. LG화학의 중국 공장 규모는 연산 3만GWh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인증 기준을 바꿨다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업체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접근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에서 전기차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 동안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내 배터리 업계를 견제하고 나선 것은 LG화학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원천기술 확보보다 규모를 확장하는 데만 치중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LG화학은 최근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립할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오창-미국 홀랜드-중국 난칭-폴란드 브로츠와프로 이어지는 4각 생산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 중 가장 제조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음극재 소재인 인조흑연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처리 분야도 수익성이 나오지 않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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