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유통대기업들이 참여한 ‘면세점 3차 대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으로 SK·롯데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추가 사업자 선정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관세청은 ‘불법행위 발견시 사업권 반납’ 등의 단서를 달고 예정된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빼앗긴 사업권을 되찾으려는 기업(롯데·SK), 절치부심 끝에 새로운 사업영역에 재도전하는 기업(현대백화점), 규모의 경제를 꿈꾸며 확장에 나선 기업(신세계·HDC신라) 등이 3장의 특허권을 두고 ‘혈투’를 벌이게 됐다.
워커힐면세점 부활을 노리는 SK네트웍스는 5년간 6000억원을 투자해 한국의 ‘마리나베이샌즈’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또한 직원들에게 ‘면세 특허 탈환’을 지상목표로 제시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워커힐면세점은 기존보다 매장 공간을 2.5배 넘게 늘려 총 면적 1만8224㎡(약 5513평), 순수 매장면적 1만4313㎡(약 4330평)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1200억원을 투자해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인근에 인피니티 풀을 포함한 실내외 수영장, 가든 스파, 공원 전망대 등을 갖춘 연면적 3966㎡(약 1만2000평) 규모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조성한다. 호텔과 카지노, 외국인 전용 스크린 경마장과 스파, 면세점이 어우러진 관광 필수코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경기·강원 지역의 남이섬, 쁘띠프랑스와 손잡고 동북권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선다.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는 “워커힐 고유의 차별적 가치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특허에 가장 절박한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1891년 1월 잠실점 오픈 한 이후 27년간 영업을 진행하다 올 6월 문을 닫았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폐점 직전까지 롯데월드몰 에비뉴엘동 7~8층에서 영업을 해왔다. 면적은 1만1411㎡였지만, 특허 획득시에는 국내 최대규모인 1만7334㎡ 규모로 확장된다.
월드타워점은 123층 높이의 롯데 월드타워라는 랜드마크가 강점이다.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5년간 2조3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월드타워점을 공연·문화·체험·관광·쇼핑을 원스톱으로 경험하는 ‘관광쇼핑 복합단지 면세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월드타워점을 기반으로 나아가 세계 1위 면세점으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면세점의 키워드는 ‘절치부심’이다. 지난해 7월 1차 면세점 심사때 고배를 마셨던 현대면세점은 당시보다 훨씬 더 강화한 전략을 내세웠다. 현대면세점은 최근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동호 대표가 직접 입찰을 챙기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1만4005㎡(4244평) 규모의 대형 럭셔리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코엑스 일대가 옥외광고물 표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의 ‘관광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현대면세점이 내세운 강점 중 하나다. 면세점에 루이비통, 디오르 등 해외명품 브랜드를 공급하는 부루벨코리아와 특허취득 조건부 입점 협약을 맺기도 했다. 강남지역 관광 인프라 개발, 지역문화 육성, 소외계층 지원에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5년간 500억원을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관심을 끈다.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서초구 반포로의 센트럴 시티를 중심으로 서초·강남 일대를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관광의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센트럴시티 내 1만3350㎡(약 4100평) 규모로 짓는다는 계획을 밝힌 신세계디에프는 서울시내 추가 면세점 특허를 얻게 되면 앞으로 5년간 3500억원을 서초·강남 일대의 관광활성화에 투자할 예정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세빛섬을 잇는 보행로를 ‘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고, 서초동 악기마을, 서리풀공원 복합문화공간 주변 개발도 지원한다. 이밖에 전문의료진 상담·통역서비스를 동반한 ‘메디컬 투어’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한다.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타워’를 면세점 2호점 후보지로 내세운 HDC신라면세점은 IT기술을 총집결한 ‘디지털 혁신 면세점’을 지향한다. 아이파크 타워 15층 건물 가운데 1~6층에 해당하는 약 1만3000㎡ 공간을 면세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을 활용한 융합현실(MR·Merged Reality) 기술을 선보이고, 삼성SDS의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도 접목한다. 1층에는 한국의 역
삼성동 일대가 단체 관광객보다는 개별관광객이 많다는 점에서 면세점이 관광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이를 주변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강남 시프트 전략’도 지역활성화 방안으로 내세웠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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