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가 현대상선 원톱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하기로 했던 SM그룹의 계획이 대한해운 주주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는 와중에 현대상선이 중소형 선사와 손잡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장금상선·흥아해운은 전날 전략적 협력관계인 HMM+K2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다음달까지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오는 3월부터 컨소시엄이 가동하면 현대상선은 유휴선복을 줄일 수 있고, 근해선사들은 영업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해선사들은 거점항만으로 장거리 운송을 할 컨테이너를 모으고, 원양 컨테이너선사들이 거점항만에 내려놓은 컨테이너를 여러 항만으로 옮기는 역할을 해왔다. 장금상선·흥아해운은 지금까지 한국을 거치는 노선만 운영했지만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한국을 거치지 않는 노선에서도 영업할 수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동아시아의 모항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는 부산항의 환적화물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컨소시엄 구성 효과 중 하나다. 근해선사가 동아시아의 지역 항만에서 부산항으로 컨테이너를 모으고 현대상선이 이를 싣고 원양 항해에 나서는 데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서다.
해운업계는 그동안 부산항이 동아시아 지역의 모항 지위를 잃는 것을 한진해운 사태의 가장 큰 손실로 꼽았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 생산된 수출품을 부산에서 바로 원양 컨테이너선에 태울 수 있었지만 부산항이 무너지면 일본 도쿄항이나 중국 상하이항으로 옮긴 뒤 원양 컨테이너에 선적해야 한다. 부산항이 동아시아 모항의 지위를 뺏기면 국내 수출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2%p씩 떨어질 것이라고 해운 전문가들은 분석한 바 있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독자적으로 근해선 영업을 하려던 현대상선이 국내 해운사들과 힘을 합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상선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제2의 원양선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SM그룹은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을 인수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열린 대한해운 임시주주총회에서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찬성률은 1.8%에 불과했다. 대한해운은 지난 2일에도 우발 부채가 드러난 한진해운의 해외 6개 자회사 인수를 포기했다.
이를 두고 해운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이 특기인 '장부만 들여다보기'를 하고 있다"며 SM그룹의 한진해운 영업망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과거 SPP조선, 경남기업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던 SM그룹의 전력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SM그룹 측은 컨테이너선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한 SM상선에 계열사들이 출자한 돈으로 한진해운 영업망을 인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는 대한해운 임시주총에서 한진해운 영업망을 인수하는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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