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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알고 지내던 한 사장에게 밥을 먹으며 요즘 일이 잘 안 돼 애를 먹고 있다고 푸념하자 그가 돕고 싶다고 했다. 사실 이 사장은 꽃장식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을 하던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플로리스트는 속는 셈치고 중년의 사장이 마련한 자리에 나가 보았다. 아주 유명한 호텔의 지배인이었다. 웬만한 기업체 사장도 만나기 어렵다는 그 지배인은 중년 사장의 오래된 친구였다. 평소 플로리스트의 실력과 인품을 높게 봐 온 중년 사장은 친구인 호텔 지배인에게 그를 추천했고, 단 5분의 PT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만날 수 없었던 유명 호텔 지배인을 만난 플로리스트는 최선을 다해 꽃장식 콘셉트를 설명했고 결국 수천만원짜리의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영진(사진) BNI코리아 수석 디렉터가 들려준 '소개 마케팅'의 한 사례다. 서로의 인맥을 공유하고 리퍼럴(referral)이라고 불리는 적극적인 소개를 주고 받음으로써 국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상생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매주 만나는 조찬 모임 형태로 진행되는 BNI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조직이다.
대학원의 최고경영자 과정처럼 친목이나 교육이 우선인 단체와 달리 BNI 멤버들은 대놓고 자신의 사업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 BNI 멤버들은 다른 멤버들이 찾는 고객이 자신의 인맥에 있을 때 적극적으로 소개해 준다. 다른 사람들의 비즈니스를 먼저 도와 줌으로써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다. 4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다.
▲BNI 조직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면
-BNI는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이반 마이즈너 박사에 의해 설립된 인맥공동체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Giver’s Gain' 즉 '주는 자가 얻을 것이다'란 모토 아래 내가 먼저 인맥을 활용해 상대방의 사업을 도와주면 반드시 내 사업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인적 네트워킹 활동을 하는 것이다. BNI코리아는 지난 2009년 처음 생겼다.
▲멤버들은 주로 누구인가
-멤버들은 중소기업 CEO나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의사 등 전문직 아니면 일반 자영업 사장님들로 사업 확대를 위해 영업활동이 가장 필요한 분들이 많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중반에서 40대 중후반의 사장님들이 많다. 아무래도 이 나이대에서 나홀로 사업을 하기가 참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현재 73개국에 20여만명의 멤버로 이뤄져 있는데 BNI코리아의 경우 620여명의 멤버가 활동 중이다.
▲구체적으로 멤버들 간 어떤 도움을 주고 받는다는 것인가
-혼자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나 전문직들은 일하면서 영업까지 본인이 하는 데 무리가 있다. 설사 영업을 해도 한 사람의 인맥으로 사업을 키우기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사업적 한계에 부딪힌 사업가들에게 그야말로 나 대신 뛰어줄 영업맨이 서로 되는 것이다. 즉 지속적으로 신규 고객이 유입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 영업에 필요한 교육을 함께 받으며,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업가와 멘토·멘티가 돼 여러가지 조언을 주고 받게 된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인맥을 소개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맞다. 정확히 그렇기 때문에 멤버들 간 우선 신뢰를 쌓는 일이 이뤄져야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1년간 조찬모임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멤버들끼리 돌아가면서 짝을 이뤄 서로 간의 사업장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도 한다. 단체 카톡방 등에서의 대화는 수시로 이뤄진다. 모두 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며 그런 시간들이 쌓여 자연스럽게 멤버들 간 평판이 형성된다.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내가 아는 사람에게 소개시켜줘도 전혀 문제가 없겠구나'란 판단 정도는 금방 잘 하는 것 같다.
▲나의 인맥을 검증받고 멤버가 되는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까다로운 인터뷰 과정을 거쳐 멤버가 되기는 한다. BNI에는 30여년간 쌓인 인맥공동체 자정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꾸준히 그리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멤버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제일 눈여겨 본다. 무엇보다 한 모임(챕터)에서는 업종별, 전문분야의 한 사람만 멤버로 받기 때문에 그 모임 안에서 경쟁자가 생기는 일은 없다. 독점적 마케팅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으로 BNI의 큰 장점이다.
▲멤버들은 나 대신 소개 마케팅을 해주면서 어떤 대가를 챙기는건가
-전혀 아니다. 멤버들간 금전적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BNI가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 있는 조직이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시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그런 과정 중에도 어떠한 커미션을 주고 받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맥 공동체로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이다.
▲멤버 가입 후 자신의 사업에 도움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멤버마다 또 하는 사업마다 달라 그 시간을 획일적으로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 1년 멤버간 서로를 알아가고 평판과 신뢰를 쌓은 뒤 어떤 사업적 파트너로서 확신이 들면 그 뒤부터는 무슨 일이든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 같다. 계속 검증 과정을 거쳐 인맥은 더욱 두터워지며, 평생 갈 사업 파트너를 만들게 된다.
이 수석 디렉터는 BNI 멤버들간의 협업은 마치 물이 100℃에서 끓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물은 100℃가 되지 전까지는 겉으로 보기에 물이 뜨거운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간다. 하지만 일단 100℃가 되면 물이 팔팔 끓어 넘치는 것처럼 멤버들 간 신뢰가 쌓이면 그 이후 영향력과 파급력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이라는 얘기다.
BNI에 따르면 전세계 20여만명의 멤버들 사이 연간 860만건의 소개 마케팅이 이뤄진다고 한다. 그 소개 금액 즉 인맥 추천 등 협업을 통해 창출한 매출은 연간 11조6000억원에
이 수석 디렉터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불필요한 경쟁 없이 상생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직인만큼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고충을 나누길 바란다"며 "상부상조하는 비즈니스 인맥 공동체가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뿌리를 내려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를 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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